- 배수로·해자·집수정 등도 발견
- 군사·행정 물자 운송 거점 예상
- “진주성보다 축조시기 앞서”

경남 진주시 정촌면의 뿌리산단 조성 부지에서 통일신라 시대와 고려 시대 초기(9~10세기) 사이에 축성된 토성이 발견됐다.

통일신라 시대와 고려 시대 초기 사이에 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남 진주시 정촌면 강주토성의 모습. 진주시 제공

경상문화재연구원은 정촌 뿌리산단 조성부지에서 전체 둘레 450ｍ 규모의 토성 원형을 발견했다고 22일 밝혔다. 토성이 발견된 곳은 뿌리산단 북쪽으로 녹지로 활용하려고 남겨뒀던 공간이다. 이 지역 발굴조사는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됐다.

연구원은 토성이 가야 시대 집터 위에 축조됐고 판축과 기단 석열을 배치한 축성법, 성 내부에서 출토된 유물의 편년 등으로 미뤄 토성이 통일신라 후기에서 고려 초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남아있는 토성은 너비 6ｍ, 높이 2~3ｍ다. 과거에는 토성 벽의 최대 높이가 5ｍ에 달했을 것으로 연구원은 보고 있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길이는 115ｍ이며 나머지 부분은 야산에 가려져 있다.

사진은 바닥의 석열 기단으로 이곳에 나무판자를 세우고 일정한 두께로 흙을 층층이 쌓아 성벽을 만들었다.

이 토성은 바닥에 석열을 배치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기둥 역할을 하는 나무판자를 세운 후 그사이에 흙을 층층이 반복해 쌓은 형태로 만들어졌다. 발굴 현장에서는 개거식(상부가 트인 형태) 성문, 성벽을 관통하도록 설치한 배수로와 해자도 확인됐다. 이 일대에서는 가야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사용했던 집수정, 수혈(인위적으로 뚫은 웅덩이), 소성유구(가마를 구우려고 불을 땐 흔적) 등 생활유물 1184점도 발견됐다. 연구원은 이 토성을 강주 토성으로 명명했다. 강주는 진주의 옛 지명이다. 현재 강주 토성의 원형을 보존하려고 성벽 위에 흙을 쌓고 잔디를 심어뒀다.

연구원 홍성우 조사연구부장은 “강주토성은 진주에서 처음 발견된 토성이고, 축조 시기가 진주성보다 앞서 있다”며 “군사·행정적 역할을 두루 겸하는 시설로 이 지역이 물자 운송 등의 거점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는 강주 토성 인근에 산업단지와 아파트단지가 건설 중이고, 시민이 접근하기 편리한 점을 고려해 성벽을 따라 둘레길을 조성해 여가 활용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