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진영 간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킨 경남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 ‘김백일 장군 동상’의 철거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친일 김백일동상 철거 거제범시민대책위는 23일 오전 포로수용소 내 김백일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상 철거 운동에 재차 들어갈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내년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인 만큼 그 이전에 친일 동상을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백일(1917~1951) 장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일제강점기 만주군 중대장으로 활동하면서 항일 독립군의 진압을 주도했던 친일파 인물이라는 주장과 6·25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을 진두지휘하면서 국군과 10만 명의 피란민을 거제로 대피시켰던 ‘피란민의 영웅’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장군 동상 철거 논란은 2011년 5월 이 동상이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 제막되면서 불거졌다.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가 김 장군의 업적을 기려 포로수용소 내 ‘PX 잔존시설’(도 문화재 99호) 옆에 동상을 세우자 시민단체들이 친일 동상이라며 반발했다. 해서, 경남도는 문화재 영향검토를 받지 않은 무단설치물이라며 거제시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이에 거제시가 행정 집행을 통해 강제철거하겠다고 나서자 기념사업회가 거제시를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을 내면서 법정다툼으로 비화됐다.

재판부는 2013년 1·2심에서 기념사업회가 거제시와 동상의 위치 등에 대해 협의한 점과 동상 건립이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설립 목적에 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념사업회 손을 들어주면서 현재까지 동상은 존치되고 있다.

거제범시민대책위는 형식적 법 논리 때문에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결정한 친일 인물 동상을 아직 철거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대책위는 친일 동상 철거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를 구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 등 보수단체는 동상 철거는 국군과 10만 명의 피란민을 대피시킨 장군의 업적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맞서고 있다.

법정다툼에서 패소한 거제시는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자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