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비 매칭비도 부족해 삭감키로

- 동구, 조선업 위기로 세수 감소
- 의무지출 빼면 가용액 33억뿐
- “공무원 수당 30%가량 못줄 듯”

울산의 일부 지자체가 불황에 따른 재정 악화로 직원 수당을 지급하기 어려운 곳이 있는가 하면 신청사의 부지 매입비 적기 상환 포기를 선언하는 일종의 모라토리엄 상황에 처한 곳이 있을 정도로 형편이 심각하다.

울산 중구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내년 상환금 58억 원 상당을 지불하지 못할 것 같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22일 밝혔다.

중구는 지난 6월 울산 혁신도시 택지개발 사업자인 LH로부터 신청사 부지(3만1626㎡) 매입 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입가 302억여 원을 오는 2023년까지 분할 상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계약금을 포함해 55억 원을 이미 지급했다. 앞으로 내년 58억 원, 2020년 57억 원, 2021년 54억 원, 2022년 52억 원, 2023년 26억 원을 각각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재정 압박이 심해지면서 내년 분할금을 상환하지 못할 처지가 됐다. 이럴 경우 연체 이자만 8억 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구가 연체 이자를 부담하면서까지 내년도분의 상환 포기를 하려는 것은 분할금을 주고 나면 당장 다른 사업을 못 할 정도이기 때문이다.현재 추산되는 내년 중구 예산은 올해보다 194억 원 늘어난 3653억 원이다. 하지만 내년에 예정된 각종 사업을 추진하려면 233억여 원이 모자란다. 당장 국·시비 확보에 따른 구비 부담금(매칭비)도 부족한 실정이어서 내년도 총매칭비 424억 원 중 120억 원을 삭감할 예정이다. 중구 관계자는 “매칭비까지 삭감해도 사업비가 많이 부족하므로 신청사부지 비용을 연체하더라도 재원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동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대형 조선소가 있는 동구는 조선업 위기로 세수가 급감하면서 각종 사업 차질은 물론 직원 수당까지 지급되지 못할 상황이다.지난해 걷힌 주민세 종업원(급여소득자)분은 모두 134억 원으로 4만8799명분인데 이는 조선업 호황기였던 5년 전인 2013년 165억 원보다 31억 원(18.8%)이 준 것이다. 주민세 부과 대상인 종업원 수는 이 기간 6만5900명에서 4만8779명으로 30%나 감소했다.

세수 감소로 동구는 올해 예산(2553억 원)에서 직원 임금과 운영비,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금, 국·시비 보조사업 매칭비 등 법적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할 예산을 빼고 나면 자체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이 33억 원에 불과하다. 2013년 59억 원에 비해 44%나 줄었다.

동구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적자여서 올해는 지방소득세 중 법인세분 납부액이 없으므로 내년은 더욱 재정이 악화할 전망”이라며 “이대로라면 직원 초과근무 수당, 출장비 등도 30%가량 지급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