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상 처음 학생에 의해 해임

부산대 총학생회가 학생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조직적으로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대의원총회에 회부돼 해임됐다. 부산대 총학생회 역사상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학생에 의해 해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대 중앙운영위는 지난 20일 대의원총회를 열어 총학생회 해임결의안을 가결했다고 21일 밝혔다. 각 학과 학생회장인 대의원 130여 명 중 91명이 총회에 참석했고, 이 가운데 86명이 해임결의안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학생회장 권한대행에는 이원재 스포츠학부 학생회장이 선임됐다.

부산대 총학은 지난 1인 학생 커뮤니티인 ‘마이피누(MYPNU)’에서 임대받은 학생회 소통 게시판을 자체 홈페이지로 이전하겠다는 글을 쓴 뒤 총학 운영진 2명이 잇따라 신분을 감춘 채 게시글과 댓글을 썼다가 정체가 탄로 났다. 이후 총학생회장은 사과문을 게시하면서도 “조직적 여론 조작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추가로 댓글 조작 정황이 드러나면서 단과대 회장으로 구성된 중앙운영위는 특별팀을 꾸려 자체 진상조사를 벌였다. 특별팀에는 중앙운영위원 8명을 비롯해 일반 학생 8명 등 총 16명이 포함됐고, 지난 17일 댓글 조작을 밝힌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에는 총학이 10개 계정으로 신분을 숨긴 채 총학에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댓글 등을 게시한 사실이 담겼다. 이에 대의원 76명은 해임결의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부산대는 운동권 학생회가 총학생회를 맡아오다 2년 전 처음으로 종교 성향의 학생회가 총학생회장 선거에 당선돼 연임해왔다.대의원총회 개최를 주도한 사회과학대 조한수 학생회장은 “그동안 부산대 총학생회의 여론 조작이 학교 밖으로 노출돼 ‘학교 망신’이라는 말이 있었고, ‘학생회가 자정 기능을 잃었다’는 말도 돌았다. 그러나 특별팀 구성원이 자신의 시험과 아르바이트 등을 포기하면서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의혹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부산대 학생 자치가 아직 살아있다는 의미도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