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즈베키스탄 국적 어린이들

- “불이야” 소리 못알아들었을수도

- 주민 6명도 연기 흡입 등 경상

- 필로티 형태 주차장서 발화 추정

- 가연성 드라이비트가 불 키운듯

경남 김해시 서상동 5층 규모 원룸에서 화재가 발생해 고려인 3세의 자녀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주요 피해자들은 한국말이 서툰 외국 국적 아이들이어서 대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했을 수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경남경찰청과 경남도소방본부는 지난 20일 오후 7시40분께 김해시 서상동 M원룸에서 불이 나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20여 분 만에 진화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불로 2층에 있던 A(4) 군 등 우즈베키스탄 국적 어린아이 4명을 소방관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A 군은 이송 도중 숨졌다. A 군의 누나인 C(14) 양도 치료를 받다 21일 오후 사망했다. A 군의 형인 B(12)군과 A 군의 이종사촌 형인 D(13) 군 등 2명은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위독한 상태다.

이 밖에 한국인 5명, 필리핀인 1명 등 원룸 입주민 6명도 연기를 마시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이들은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화재 당시 부모와 이모 등 어른 3명은 집에 없었고 아이들이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피해가 컸던 것으로 판단했다. A 군의 부모는 고려인 3세 부부로 2016년 7월 말 취업비자를 얻어 입국한 합법적인 체류자들이다. 이들 부부는 김해시 주촌면과 진영읍의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에는 숨진 아이의 이모와 이모의 아들까지 입국해 함께 살아왔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집 주민이 모두 대피한 점 등으로 미뤄 보면 아이끼리 있다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거나 ‘불이야’란 한국말을 못 알아들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불은 1층 주차장에 있던 차량 7대와 원룸 250㎡를 태워 1억8000만 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를 냈다.

해당 원룸의 1층은 주차장으로 사용해 기둥만 서 있고 2층부터 주민이 사는 필로티 형태의 건물이다. 2층부터 5층까지 15가구가 입주해 있다.

이번 화재는 발생 20여분 만에 꺼졌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 급속하게 번지며 큰 피해를 냈다. 불이 나면 확 트인 사방에서 공기가 유입돼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필로티 건축물과 가연성 소재가 들어간 드라이비트가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당시 주차장 외부를 비추던 CCTV를 보면 행인이 화재를 최초 인식한 것으로 보이는 순간부터 시커먼 연기가  건물을 가득 메우기까지는 4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최초 신고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일단 원룸 1층 주차장 쪽에서 불인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오전 합동 현장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인과 발화지점 등을 파악 중이다. 해당 건물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닌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이종호 기자 jh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