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 의료봉사활동 하면서
- 현지 치료 어려운 환자 3명
- 국내 초청해 수술 … 새 삶 선물
- 병원서 항공·치료비 등 부담도

10년 전부터 꾸준히 동남아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경남 김해의 한 병원 이사장의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준다. 현지 환자들에게 ‘한국으로 초청해 꼭 치료해주겠다’고 한 약속을 모두 지켰기 때문이다.

김상채 경희중앙병원 이사장이 17일 수술에 앞서 사마트 씨의 무릎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경희중앙병원 제공

김해 소재 경희의료원 교육협력 중앙병원(경희중앙병원) 김상채 이사장은 10년 전부터 매년 두 차례 의료진을 이끌고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등 동남아국가를 돌며 의술을 펼쳐 ‘의료봉사 활동의 대부’로 불린다. 그는 1, 2년 전 현지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병마와 싸우는 환자 3명과 ‘꼭 한국으로 불러 치료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들은 병세가 특히 심해 현지 치료가 불가능했고, 가난해서 수술비를 대기도 어려웠다.

김 이사장은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이들을 초청, 정성껏 치료해 제2의 인생을 살도록 도와주고 있다.

극심한 양쪽 무릎 괴사 증세를 보였던 라오스의 사마트(51) 씨는 17일 김 이시장의 집도로 3시간여 만에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는 당뇨, 엉덩이 괴사 등 온몸이 ‘종합병동’ 수준이어서 맞춤형 치료를 이어나가게 된다.사마트 씨는 “평소 양쪽 무릎이 괴사돼 걷기조차 힘들었다. 겨우 목각인형을 깎아 가족 생계를 잇고 있어 수술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의료진의 손을 잡은 채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14일 역시 이 병원에서 수술을 마친 태국의 오르차타(여·24) 씨는 심한 부비동염(코 염증)을 달고 살며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병세가 워낙 심해 코 모양마저 삐뚤어진 상태였다. 수술을 마친 오르차타 씨는 현재 평소 좋아하는 K팝을 들으며 회복 중이다. 그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현실이 너무 기쁘다. 고향에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달라진 외모를 자랑할 생각”이라며 활짝 웃었다.

앞서 지난달에는 29세 라오스 젊은이가 이 병원의 협력병원인 경희의료원에서 췌장암 수술을 받고 장기 치료를 받은 뒤 귀국했다. 경희중앙병원은 이들 동남아 환자들의 항공권, 치료비 일체를 전액 부담했다.

김 이사장의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향후 의료시설이 낙후한 라오스에 현지 병원을 운영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그는 “우리도 6·25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외국으로부터 지원을 많이 받았다. 지구촌시대는 모두 한 가족처럼 돕고 살아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