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인들에 대관료 받지 않고

- 일반인은 5000원에 음료 등 제공

- 미술 전시회·공연 즐겨 입소문

부산 회동수원지 옆 동네 사랑방으로 시작된 ‘무인카페’가 청년과 지역주민의 문화거점으로 움트고 있다.

금정구 회동수원지 인근 ‘채플린 카페’. 이곳은 주인 없는 무인카페다. 입장료는 5000원. 모금함 옆에는 거스름돈을 가져갈 수 있는 돈 통도 있다. 입장료만 내면 카페 내 음료,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카페 코앞 회동수원지 풍광은 덤이다. 

무인카페는 동네 외딴곳에 잇달아 들어서는 추세다. 강서구의 금빛노을과 기장군의 아트인오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 두 곳 모두 한적한 경치를 즐기며 차를 마실 수 있다.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서 운영되는 만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무인카페로 운영된다.

이와 달리 채플린 카페는 동네 사랑방처럼 시작됐다. 일단 카페 대표도 금정구 주민이다. 카페 권기남(여·50) 대표는 “자녀들이 하나둘 출가하면서 집이 너무 크더라. 이 좋은 풍광을 혼자 즐기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웃 주민을 집에 초대하다가 아예 카페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지난 10여 년간 살아온 2층짜리 일반주택을 지난 5월 카페로 만들었다.

최근 이 카페는 지역 문화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월 청년 작가를 중심으로 한 ‘청년, 아름다운 축제를 위하여’라는 주제의 전시회가 첫 시작이었다. 오는 30일에는 부산대 졸업생과 재학생 8명이 모여 ‘행복한 음악회’를 연다. 청년, 지역 예술인이 채플린 카페로 모여드는 건 대관료가 없어서다. 행복한 음악회를 주도한 임정숙(여·53) 씨는 “미리 일정만 조율하면 된다. 공연을 여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라서 부담 없이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웃었다. 이런 장점 덕에 인형극단 등 다양한 문화단체에서 공연·전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카페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주말 방문객은 60여 명에 이른다. 카페가 도심이 아닌 외진 곳에 있는 것을 고려하면 많은 수준이다. 이모(여·21) 씨는 “사람들과 잠시 떨어져 혼자 있고 싶을 때 찾는다. 이따금 작은 공연도 열려 심심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