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지장 불구 조류 조사 등 계속

낙동강의 환경 보호에 앞장선 ‘을숙도 고니 아빠’ 전시진(64·사진) 씨가 선박 화재 사고를 당했다. 본인 소유의 생태탐방선 2대가 소실돼 활동에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전 씨는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며 활동 재개 의지를 보였다.

지난 16일 오후 6시10분 부산 사하구 하단동 을숙도생태공원 선착장에 정박 중이던 환경감시선(1ｔ)에 불이 났다. 불은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인접한 보트에 옮겨 붙었다. 환경감시선은 완전히 타버렸으며 보트 역시 반소됐다. 부산 사하경찰서와 소방은 선박 엔진의 시동을 거는 배터리가 낡아 스파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당시 선박에는 환경운동가 전 씨가 승선해 있었다. 배에 불이 붙자 전 씨는 불길을 잡기 위해 애를 쓰다 얼굴과 양손에 화상을 입었다.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한 전 씨는 물속으로 뛰어든 뒤 선착장을 빠져나와 인근 행인에게 신고를 부탁했다. 불은 20분 만에 잡혔으나 전 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전 씨는 부산환경연합 고문으로 일한 바 있는 대표적인 낙동강 환경 지킴이다. 매년 철새의 개체 수를 확인하고 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등 철새 보호 활동에 전념해왔다. 또 4대강 사업 등 낙동강 하구에서 진행되는 개발 행위에 반대하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외에도 관광객을 배에 태워 을숙도생태공원 철새도래지를 소개하는 낙동강 생태탐방선을 운영하는 해설사로도 활동한다.

이날 전 씨는 18일로 예정된 낙동강 조류 조사를 준비하던 중 이 같은 사고를 당했다. 전 씨는 “문화재청과 부산대와 함께 철새가 도래하기 전 낙동강의 조류를 검사하고자 미리 환경감시선에 연료를 주유하던 중 엔진 배터리에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이어 “배 2척을 못 쓰게 됐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하지 않느냐. 낡은 고무보트를 이용해서라도 계속 활동하겠다”고 강조했다. 전 씨는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부상 정도는 가볍다고 덧붙였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