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만 시민단체 제시 5가지 공개
- 나머지 구 기준충족 1곳도 없어
- 부구청장·국장까지 공개 5곳 뿐
- 집행일·장소·대상인원 게재 부실
- ‘간담회서 사용’처럼 두루뭉술
- 왜 썼는지 알 수 없는 경우 태반
- 매달 공개 않고 주기도 제각각
민선 7기 부산지역 기초지자체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의 공개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행일과 집행 장소를 숨긴 것은 물론 왜 돈을 썼는지 알 수 없는 공개가 태반이다. 정도가 심한 지자체는 집행금액 외에 그 무엇도 공표하지 않는 등 사실상 비공개와 다름없이 내역을 공표해왔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국회의원은 최근 청와대 업무추진비(이하 업추비) 사용 내역을 공개해 논란이 됐다. 업추비는 지자체 단체장 및 고위공무원, 각 부서 등에서 효율적 업무 추진을 위해 사용하도록 편성된 경비다. ‘공공기관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은 국가의 중대 이익을 해치거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정보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개하도록 규정한다.
■기준 충족 부산시뿐
과연 부산 지자체들은 어떻게 업추비를 공개하고 있을까. 국제신문은 9일 부산시와 15명 기초지자체장의 업추비 사용 내역을 전수 조사해 분석했다. 시민단체가 제시한 ▷집행일 ▷ 집행장소 ▷집행목적 ▷대상인원 ▷집행금액을 잣대로 평가했다. 그 결과 대부분이 엉터리였다. 5가지 기준을 모두 공개한 것은 부산시뿐이었다. 단체장 업추비가 편성되지 않은 기장군을 제외한 나머지 15개 기초지자체 중 기준을 모두 갖춘 곳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수영구와 금정구는 나은 편이다. 두 곳은 집행장소를 제외한 나머지 네 가지 기준을 공개했다. 반면 동구 중구 연제구 사하구 강서구 등 5곳은 위 기준 중 금액을 제외하고는 충족하는 것이 없었다. 구청장이 왜 업추비를 썼는지 파악할 수 없는 수준이다. 수영구는 ‘구청장이 2018년 9월 10일(사용일) 청장실 내방객 다과 구입을 위해(목적) 15만 원(비용)을 카드로 결제(결제방법)했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공개했다. 반면 사하구는 한 달간의 명세를 취합해 ‘업무 추진을 위한 각종 간담회 등에 44만 원’과 같은 방식으로 뭉뚱그렸다. 업추비를 사용한 일시와 장소를 드러내지 않는 것은 물론, 그 사용 목적까지 한꺼번에 압축시켜 버린 것이다. 이 같은 ‘압축 제시’는 사하구뿐 아니라 부산의 대다수 지자체가 사용하는 공개 방식이다.
■용처 모른다…공개 주기도 멋대로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을 보면 업추비는 ▷이재민 격려 ▷시책 홍보 ▷학술 활동 격려 ▷간담회 등 9가지 기준에 맞춰 집행돼야 한다. 그러나 지역 15개 기초지자체는 반드시 있어야 할 업추비 정보는 쏙 뺀 수박 겉핥기식으로 공개했다. 이 때문에 구민은 구청장이나 고위공무원이 구체적으로 무엇에 돈을 얼마나 썼는지 알 길이 없다. 공개 주기도 제멋대로다. 북구 중구 사상구 강서구는 분기에, 서구는 반기에 한 번씩 공개한다. 매월 공개해도 한꺼번에 모아 올리는 등 관리에 소홀한 구도 많다. 해운대구는 부서(교육협력과) 업추비 13개월 치를 뒤늦게 공개했다. 서구는 1년째 업추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추비 공개 창구에는 여전히 ‘서구청장 박극제입니다’라는 전임 청장 시절의 배너가 달려 있다. 동구는 민선 7기 취임 이후 매월하던 것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구의회에서 업무추진비 공개에 관한 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의회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조례의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면 이에 맞춰 공개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부구청장·국장 공개 5개 구뿐
기초지자체 중 단체장 이하 부구청장, 국장, 각 부서, 의회의장단의 업추비를 모두 공개하는 곳은 영도 사하 강서 해운대구 기장군 등 5곳이다. 의회의장단의 업추비 공개 관련 조례나 규칙이 있는 곳은 영도 남구 기장군 3곳뿐이다.
반면 북구와 동구는 구청장 외에는 공개하지 않는다. 북구 관계자는 “관례적으로 구청장만 공개했다. 공개 범위 확대 등을 논의 중이다”고 해명했다. 북구는 본지 취재 이후인 지난 7일 비교적 상세화된 구청장 업추비 내역을 공개했다.
업추비 내역 공개는 단체장의 투명한 예산 집행을 드러내는 척도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시민단체 ‘세금도둑 잡아라’ 하승수 대표는 “업추비는 자치단체장과 고위공무원이 쓴다. 이 돈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다른 예산 또한 투명하게 집행되리라는 믿음을 가질 수 없다. 업추비의 투명한 공개가 곧 지자체의 청렴도를 드러내는 척도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나머지 구 기준충족 1곳도 없어
- 부구청장·국장까지 공개 5곳 뿐
- 집행일·장소·대상인원 게재 부실
- ‘간담회서 사용’처럼 두루뭉술
- 왜 썼는지 알 수 없는 경우 태반
- 매달 공개 않고 주기도 제각각
민선 7기 부산지역 기초지자체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의 공개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행일과 집행 장소를 숨긴 것은 물론 왜 돈을 썼는지 알 수 없는 공개가 태반이다. 정도가 심한 지자체는 집행금액 외에 그 무엇도 공표하지 않는 등 사실상 비공개와 다름없이 내역을 공표해왔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국회의원은 최근 청와대 업무추진비(이하 업추비) 사용 내역을 공개해 논란이 됐다. 업추비는 지자체 단체장 및 고위공무원, 각 부서 등에서 효율적 업무 추진을 위해 사용하도록 편성된 경비다. ‘공공기관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은 국가의 중대 이익을 해치거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정보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개하도록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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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부산 지자체들은 어떻게 업추비를 공개하고 있을까. 국제신문은 9일 부산시와 15명 기초지자체장의 업추비 사용 내역을 전수 조사해 분석했다. 시민단체가 제시한 ▷집행일 ▷ 집행장소 ▷집행목적 ▷대상인원 ▷집행금액을 잣대로 평가했다. 그 결과 대부분이 엉터리였다. 5가지 기준을 모두 공개한 것은 부산시뿐이었다. 단체장 업추비가 편성되지 않은 기장군을 제외한 나머지 15개 기초지자체 중 기준을 모두 갖춘 곳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수영구와 금정구는 나은 편이다. 두 곳은 집행장소를 제외한 나머지 네 가지 기준을 공개했다. 반면 동구 중구 연제구 사하구 강서구 등 5곳은 위 기준 중 금액을 제외하고는 충족하는 것이 없었다. 구청장이 왜 업추비를 썼는지 파악할 수 없는 수준이다. 수영구는 ‘구청장이 2018년 9월 10일(사용일) 청장실 내방객 다과 구입을 위해(목적) 15만 원(비용)을 카드로 결제(결제방법)했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공개했다. 반면 사하구는 한 달간의 명세를 취합해 ‘업무 추진을 위한 각종 간담회 등에 44만 원’과 같은 방식으로 뭉뚱그렸다. 업추비를 사용한 일시와 장소를 드러내지 않는 것은 물론, 그 사용 목적까지 한꺼번에 압축시켜 버린 것이다. 이 같은 ‘압축 제시’는 사하구뿐 아니라 부산의 대다수 지자체가 사용하는 공개 방식이다.
■용처 모른다…공개 주기도 멋대로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을 보면 업추비는 ▷이재민 격려 ▷시책 홍보 ▷학술 활동 격려 ▷간담회 등 9가지 기준에 맞춰 집행돼야 한다. 그러나 지역 15개 기초지자체는 반드시 있어야 할 업추비 정보는 쏙 뺀 수박 겉핥기식으로 공개했다. 이 때문에 구민은 구청장이나 고위공무원이 구체적으로 무엇에 돈을 얼마나 썼는지 알 길이 없다. 공개 주기도 제멋대로다. 북구 중구 사상구 강서구는 분기에, 서구는 반기에 한 번씩 공개한다. 매월 공개해도 한꺼번에 모아 올리는 등 관리에 소홀한 구도 많다. 해운대구는 부서(교육협력과) 업추비 13개월 치를 뒤늦게 공개했다. 서구는 1년째 업추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추비 공개 창구에는 여전히 ‘서구청장 박극제입니다’라는 전임 청장 시절의 배너가 달려 있다. 동구는 민선 7기 취임 이후 매월하던 것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구의회에서 업무추진비 공개에 관한 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의회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조례의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면 이에 맞춰 공개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부구청장·국장 공개 5개 구뿐
기초지자체 중 단체장 이하 부구청장, 국장, 각 부서, 의회의장단의 업추비를 모두 공개하는 곳은 영도 사하 강서 해운대구 기장군 등 5곳이다. 의회의장단의 업추비 공개 관련 조례나 규칙이 있는 곳은 영도 남구 기장군 3곳뿐이다.
반면 북구와 동구는 구청장 외에는 공개하지 않는다. 북구 관계자는 “관례적으로 구청장만 공개했다. 공개 범위 확대 등을 논의 중이다”고 해명했다. 북구는 본지 취재 이후인 지난 7일 비교적 상세화된 구청장 업추비 내역을 공개했다.
업추비 내역 공개는 단체장의 투명한 예산 집행을 드러내는 척도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시민단체 ‘세금도둑 잡아라’ 하승수 대표는 “업추비는 자치단체장과 고위공무원이 쓴다. 이 돈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다른 예산 또한 투명하게 집행되리라는 믿음을 가질 수 없다. 업추비의 투명한 공개가 곧 지자체의 청렴도를 드러내는 척도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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