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시속 45㎞에 달하는 전동 킥보드는 오토바이처럼 차도에서 달려야 하지만, 이를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사고도 매년 늘고 있다.

17일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영화의 거리. 바다를 구경하며 거닐던 보행자 중 한 명이 ‘꺅’하고 소리를 질렀다. 뒤에서 나타난 전동 킥보드가 자신의 옆을 빠른 속도로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인도 바로 옆에는 왕복 5차로의 차도가 있었다. 주부 A(42) 씨는 “관광객도 많이 찾고, 유모차도 많은데 인도에서 저렇게 쌩쌩 달리는 건 너무 위험하다. 소음도 잘 나지 않아 가까이 올 때까지 잘 알 수 없는 탓에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전동 킥보드를 포함한 모든 퍼스널 모빌리티는 법적으로 원동기 장치 자전거에 해당한다. 도로교통법을 보면 배기량 50cc 미만(전기를 동력으로 하면 전격출력 0.59㎾ 미만)은 모두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대상에서 제외돼 번호판을 달아야 하는 의무가 없다는 점만 빼면 50cc 이상의 원동기 장치 자전거와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전동 킥보드는 오토바이처럼 차도로 다녀야 한다. 인도와 자전거 도로, 공원 등에서 전동 킥보드를 운행하면 모두 불법이다. 

전동 킥보드를 운전하려면 원동기나 자동차 운전 면허증도 있어야 한다. 원동기 면허를 딸 수 있는 나이인 만 16세 이하가 전동 킥보드를 운전하면 모두 무면허 운전인 셈이다. 면허 없이 운전하면 3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을 모르는 시민이 많아 무분별하게 운행되는 것이 현실이다. 온천천이나 수영강변 등 시민이 산책하고 자전거를 타는 곳에 전동 킥보드가 점령하고 있으며, 청소년이나 어린이가 이를 타고 노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관련법을 몰라 자신도 모르게 위법 행동을 하는 셈이다.

사고도 느는 추세다. 부산경찰청의 통계를 보면 2015, 2016년에는 원동기 장치 자전거 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8건이 발생해 9명이 부상을 입었고, 올해는 1~7월에 5건이 발생해 6명이 다쳤다. 지난 4월 29일 0시50분에는 금정구 장전동 상가 이면도로에서 가장자리를 걷던 보행자를 전동 킥보드가 들이받아 보행자가 부상을 입는 사고도 일어났다.

경찰 관계자는 “전동 킥보드의 최고 시속은 45㎞로, 최고 시속 20㎞ 정도의 다른 퍼스널 모빌리티보다 빨라 사고 위험도 큰 편이다. 불법인 줄 모르는 경우가 많아 단속보다는 학교 안내문 발송 등 계도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