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좌석 버튼 눌러 사고 막는
- ‘슬리핑 차일드 체크’ 청원도

폭염 속에 어린이가 차량에 갇혀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해결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차량에 뒷좌석 승객 알림 기능을 장착한 차량이 선보이는가 하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차량 내 아이를 꼼꼼히 확인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와 힘이 실리고 있다.

직장인 이모(여·42) 씨는 최근 새 차를 사러 현대자동차 영업소에 들렀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2월 현대자동차에서 출시한 신형 싼타페TM이 ‘뒷좌석 승객 알림 기능(ROA·Rear Occupant Alert)’이 포함된 능동 안전 기술이 옵션으로 제공된다는 것이다. 초음파 센서를 통해 뒷좌석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ROA는 어린이가 차량에 혼자 남게 되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고안된 기술이다. 이 기능이 장착된 차량은 운전자가 어린이를 두고 하차하면 계기판 화면에 ‘뒷좌석을 확인하십시오’라는 경고문을 띄운다. 같은 내용의 음성 안내도 나온다. 그런데도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면 경적이 울리는 한편 운전자의 휴대전화로 어린이가 차량에 방치돼 있다는 문자메시지가 전송된다. 이 씨는 “최근 보도되는 차량 내 어린이 안전사고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웠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안심하고 차를 이용하고자 옵션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ROA 기술의 상용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 살짜리 아들을 둔 박모(35) 씨는 “싼타페뿐 아니라 젊은 부부가 주로 구매하는 차량에도 ROA 기능을 기본 또는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도록 하면 보다 많은 이가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노력을 당부했다. 시민들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20일 기준 약 8만5000명이 동의했다.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란 어린이 통학 차량의 맨 뒷좌석에 버튼을 설치해 이를 눌러야만 차량 시동을 끌 수 있도록 한 사고예방책이다. 버튼을 누르기 위해 운전자가 뒷좌석으로 가면서 자연스럽게 모든 어린이가 하차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외국에서는 미국과 캐나다 등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앞서 2016년 권칠승(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제도의 의무화를 발의했지만 아직 법안이 계류돼 있다. 또한 지난해 6월부터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에게 어린이 및 영·유아의 전원하차 여부를 확인할 의무를 부여한 일명 ‘세림이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위반해도 제재는 범칙금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

한편 지난 17일에는 경기도 동두천의 한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서 여아가 7시간 방치돼 숨졌으며, 지난 5일에는 경남 의령에서 손자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려던 외할아버지가 뒷좌석의 아이를 두고 회사에 출근했다가 아이가 4시간 만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