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콘도미니엄으로 사업 변경
- 교육청에 교육영향평가 재신청

- “내용 같은데 법 틈새 노린 편법”
- 학부모들 청와대 청원 등 반발

학교 학습권 침해로 무산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초고층 레지던스 호텔 사업(국제신문 지난 2월 19일 자 12면 보도)이 콘도미니엄 형태로 재추진된다. 초고층 건물로 둘러싸일 위기에 놓인 해원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사업 내용은 그대로고 업종만 바꾼 편법 사업”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교육지원청은 23일 해운대구 우동 1406의 1 외 5필지에 추진되는 콘도미니엄 사업에 대한 교육환경영향평가를 심의 중이라고 밝혔다. 땅 소유자인 비에스디앤씨는 지난해 2월 한화갤러리아에서 총 1만8468㎡를 구입한 후 77층 3개동 규모(전체 면적 31만5000여 ㎡)의 콘도미니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은 마린시티 마지막 미개발지로, 일반상업용지로 지정돼 있다. 지난 30년 동안 오피스텔 백화점 등으로 개발이 검토됐으나 사업성 부족과 주민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최근에는 비에스디앤씨가 75층 3개동 규모의 레지던스 호텔 사업을 추진했으나, 사업 대지가 해원초교 정문 50ｍ 내인 절대정화구역 안에 있어 심의 대상이 되지 못해 지난 2월 심의 신청을 철회했다.

그러나 철회 한 달 만인 지난 3월 비에스디앤씨는 레지던스 호텔 대신 ‘콘도미니엄’으로 사업안을 변경해 해운대교육지원청에 다시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의서를 제출했다. 교육환경보호법 제9조 23항에는 정화구역 내 공중위생법상 숙박업과 관광진흥법 ‘가목’에 따른 호텔업을 금지하고 있다. 레지던스 호텔은 공중위생법상 숙박업에 해당하지만, 콘도미니엄은 관광진흥법 ‘나목’에 해당한다.해운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레지던스 호텔은 법적으로 정화구역 안에 들어서면 안 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콘도미니엄은 그렇지 않다. 건축 규모가 21층 이상이나 전체 면적이 10만 ㎡가 넘으면 심의 대상이라 사업자가 심의를 요청했다”며 “다만 학부모들의 반대 민원이 있어 교육부가 법제처에 질의해 해석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해원초교는 운동장 남쪽에 72층 규모의 현대 아이파크(1631세대)와 80층 두산 위브더제니스(1788세대)가 있고, 북쪽에는 고층 상가 건물이 들어선 상태다. 서쪽에는 49층 규모의 마린시티(258세대)가 내년 완공될 예정이다. 유일하게 동쪽이 트여 있는데, 이곳에 77층 규모의 콘도미니엄이 들어서면, 해원초교는 말 그대로 사방이 고층 건물로 둘러싸이게 된다.

학부모는 이미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반대 청원을 냈다. 현재 1890명이 참여했고, 학부모와 지역 주민 2752명이 반대 서명을 했다. 학부모들은 24일에 부산시에 반대 서명을 전달하고,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집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해원초교 학부모회 관계자는 “사업 대상지는 해운대해수욕장과도 떨어져 관광 시설을 짓기에 부적절하다. 법적 틈새를 노린 전형적 편법 사업 추진”이라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