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세 차례 이행명령 후 고발
- 경찰 매립정황 포착·조사 착수

한 건설회사가 자신의 땅에 최소 수십 ｔ의 건설 폐기물을 불법으로 적치·매립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은 건설폐기물법 위반 혐의로 업체를 조사하고 있다.

22일 부산 기장군 일광면의 야산에 있는 한 건설회사의 땅에 폐목재와 비계 등 건설 폐기물이 불법으로 적치돼 있다. 박호걸 기자

22일 부산 기장군 일광면 화전리의 한 임야는 공사판을 방불케 했다. 비계 수십 개가 묶여 있고, 폐목재도 사람 가슴 높이로 쌓였다. 시멘트가 묻은 플라스틱 통이 나뒹굴고, 대형 포댓자루 안에는 스티로폼과 벽돌, 타일 등이 가득 들어찼다. 다른 한쪽에는 부서진 콘크리트 덩어리가 쌓여 있고, 시멘트 덩어리와 아스팔트 등 각종 건설 폐기물이 땅 표면을 뒤덮고 있다.

이 땅 3333㎡(약 1000평)의 소유주는 경남 거제에 본사를 두고 있는 A 건설사다. 건설폐기물법에 따르면 배출자는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건설폐기물의 종류별 예상량을 조사해 그 결과를 토대로 분리배출과 재활용 계획 등이 담긴 처리 계획서를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A 사는 기장군 일광면과 해운대구 중동 등 자신의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이곳에 불법으로 적치해 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뒤늦게 불법 적치 사실을 알게 된 기장군은 현장 조사를 토대로 세 차례 이행 명령을 내리고, 건설폐기물법 위반 혐의로 A 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해 4월부터 약 1년 동안 자신의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건설 폐기물 60ｔ가량을 불법으로 적치한 혐의(건설폐기물법 위반)로 A 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 사가 적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매립 부분은 단순한 실수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조만간 조사를 마무리해 사건을 검찰로 넘길 예정”이라고 말했다.이곳은 폐기물 적치뿐만 아니라 매립까지 의심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이 기장군과 함께 포크레인을 동원해 폐기물 매립 여부를 확인한 결과 6곳 중 1곳에서 폐목재 더미가 발견됐다. 해당 땅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A 사는 땅을 2008년 4월 매입했는데, 정황상 건설사가 지난해 이전부터 폐기물을 적치·매립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기장군은 경찰 고발 후 어떤 조처도 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기장군 관계자는 아직 건설 폐기물로 뒤덮여 있는 현장에 대해 “적치된 폐기물을 모두 다 치우고, 찌꺼기만 좀 남았을 것”이라며 “A 사가 이행명령 후 2곳의 폐기물업체를 통해 폐기물을 처리했다는 확인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은 달랐다. 국제신문 취재진이 폐기물이 버려진 현장을 가보니 군 관계자의 말과는 달리 적치된 폐기물은 물론이고, 폐기물이 흙과 함께 뒤섞여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