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당명령 이의제기 제도화 속도
- 총장 ‘수평적 소통’ 이목 쏠려

일선 검사와 검사장급 간부가 강원랜드 수사에 대한 검찰총장의 지휘권 행사에 반발하면서 불거진 ‘항명 사태’는 검찰 조직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손질해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취임 일성으로 검찰 의사결정 구조를 수평적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도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검은 검찰 전문자문단이 직권남용 의혹을 받은 대검 김우현 반부패부장과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을 불기소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날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은 업무방해 제3자뇌물수수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논란이 마무리됐다.

법조계는 검사가 상부의 지시에 이견이 있을 때 서슴없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무일 검찰총장과 간부의 수사 지휘에 대한 안미현 검사와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이 ‘항명’한 원인으로 검찰의 ‘상명하복’‘절대복종’에 쌓였던 불만을 들었다.현재 상관의 지휘에 대한 검사의 이의 제기는 법률로 보장돼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2003년 개정된 검찰청법은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이견이 있는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이의제기권을 행사하면 사건 재배당 등 방법으로 수사에서 배제되거나 인사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실제로 이의를 제기하는 검사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이의제기권 활성화는 검찰개혁 목소리가 거세질 때마다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지난 1월 검사가 이의제기하면 기관장이 상급검찰청에 이의 내용과 조처를 문서로 보고하는 내용의 ‘검사의 이의제기 절차 등에 관한 지침’이 마련됐다.

그러나 폐쇄성이 강하고 인사 결과에 극도로 민감한 검찰 조직 특성상 이 제도가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검사의 이의제기를 의무에 가깝게 활성화하되 불이익은 원천 차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독일 연방공무원법에는 ‘상급자로부터 받은 직무상 명령이 적법한지 의문이 생기면 지체 없이 상급자에게 주장해야 하고, 명령이 지속되면 자신은 책임에서 면제된다’고 규정돼 있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