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 사전 허가제’ 있어도
- 제출 서류 많아 포기 일쑤
- 전문가 “노동법 교육 필요”

22일 밤 10시 부산 금정구 장전동의 한 술집. 코트디부아르 출신 A(27) 씨는 지난해부터 매일 밤 9시~ 새벽 3시 이곳에서 아르바이트(알바)를 한다. A 씨는 2년 전 지역 대학원에 입학했다. 석사인 A 씨의 시급은 7000원. 올해 법정 최저임금인 7530원에 비하면 적다. 그래도 지난해보다 최저시급이 올랐다고 한다. A 씨는 “지난해엔 수습 기간을 명목으로 6000원을 주더니, 3개월이 지나도 안 올려주더라”며 “최저임금 제도를 몰랐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법정 최저임금은 6470원이었다.

최근 지역 대학가를 중심으로 식당 등에 알바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이 증가한 것도 한 원인이지만 최근 최저임금이 상승하자 업주가 한국의 노동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 유학생을 파트타임 노동자로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산시는 22일 지역 대학교 외국인 유학생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4682명이었던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6년 5687명, 2017년엔 7219명으로 급증했다. 2년만에 외국인 유학생이 54% 증가했다.

알바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많아진 데에는 일부 업주들의 ‘임금 착취’가 작용한다. 최저임금은 유학생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하지만 일부 업주는 유학생이 최저임금제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했다. 장전동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보통 외국인 유학생은 최저시급의 10~20% 정도 적게 받으며 일한다. 최근 최저임금이 대폭 올라 부담이 큰 상황이라 알바하는 유학생이 더 는 것 같다. 주문을 잘못 알아듣는다는 손님 불만을 감수하면서까지 유학생을 고용하는 건 이런 배경이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 유학생의 노동 착취를 막기 위한 ‘시간제 취업 사전 허가제’가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이 허가를 받으려면 외국인등록증 등 6개의 서류가 필요하다. 그중 최저임금 준수를 명시한 ‘표준근로계약서’를 사본으로 제출해야 한다. 업주 대부분이 표준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는 탓에 외국인 유학생 대부분은 최저임금을 포기한 채 일한다. 또 유학생은 최저임금 위반 사실을 알아도 신고를 꺼린다. 시간제 취업으로 허가 없이 일하다가 세 번 적발되면 추방된다는 규정 때문이다. 외국인 유학생은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일할 수 있다.

중국인 C(여·25) 씨는 “한 무역회사에서 매월 160시간을 일했는데 월급은 100만 원만 받았다. 이를 시급으로 계산하면 6250원 수준이다”며 “최저임금제도를 알고는 있었지만 불법으로 일하는 상황에서 항의하면 해고될까 봐 참았다”고 토로했다.

노동 전문가들은 유학생을 대상으로 노동법 강의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주민 인권단체인 ‘이주민과 함께’ 김사랑 연구원은 “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를 신고할 때 유학생 본인도 불이익을 받을까 봐 두려워 신고를 꺼린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을 보면 외국인이 인권 침해를 받을 때는 허가를 받지 않고 일을 해도 추방되지 않는다. 외국인 유학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학교에서 노동법을 배우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