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사진) 부산시장은 정부의 개헌안에 대해 “실망을 넘어 배신감마저 든다”고 혹평했다.

서 시장은 21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연방제 수준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알맹이 없는 개헌안만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서 시장은 “지방분권의 핵심은 자치입법권과 재정권인데 단서 조항을 달아 이를 무력화했다”며 “한 단계 개선된 것처럼 포장은 잘했으나 정작 실질적 지방분권은 없다”고 말했다.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로 확대해 자치입법권을 보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법률의 위임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게 한다’는 단서를 달아 자치입법 권한이 현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서 시장은 “제왕적 대통령 권한의 분산, 과도한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한다는 게 이번 헌법 개정의 핵심이었으나 내용 면에서는 지방분권을 위해 노력을 하나도 안 했다. 실제 나온 개헌안을 뜯어보니 지방분권을 하기 싫다는 의도가 드러났다”고 비판했다.한편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는 “지방분권공화국을 지향하는 것, 지자체를 지방정부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 자치조직권과 재정권 등을 명기한 것은 지방분권 실현에 부합한다”면서도 “자치입법권과 재정권은 전제 조항을 달아 현재와 근본적으로 다를 바 없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