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배지도자 진출 길 터줘 다행
- 팀 선전 비결은 강인한 체력”
- 베트남인 몰려 높은 인기 반영

23일 오후 부산 동래구 사직동 부산FC 구단 사무실. 낯익은 인물이 등장하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큰 함성과 곳곳에서 터진 카메라 셔터에 잠시 당황하던 그는 자리에 앉아 자신을 소개했다. “베트남에서 축구 감독을 하고 있는 박항서라고 합니다.”

박항서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23일 부산 동래구 아시아드 주경기장 내 부산FC 사무실을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준우승으로 이끌어 베트남 축구 영웅이 된 ‘쌀딩크(쌀+히딩크)’ 박항서(59) 감독이 이날 부산을 찾았다. 설 연휴를 보내기 위해 한국을 찾은 박 감독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부산FC 손원우 총괄본부장의 초청에 흔쾌히 응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 국민으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고국에서도 많은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셔서 힘이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감독은 이어 “한국 축구 지도자가 동남아에 진출하는 길을 터 주겠다는 각오로 베트남에 갔다. 결과적으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준 것 같아서 다행이다. 대한민국 축구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이날 “단기간에 베트남 축구를 성장시킨 비결이 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그는 “사실 3개월 동안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면서도 몇 가지 ‘비책’을 털어놓았다. 박 감독은 “그동안 베트남의 실점 대부분이 후반 35분 이후에 나왔더라. 경기 막판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증거”라면서 “선수들이 90분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길렀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박 감독의 혹독한 체력 훈련 덕에 지난 U-23 챔피언십에서 매경기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고도 연승을 거둘 수 있었다.

박 감독의 높아진 인기를 반영하듯 이날 행사에는 부산과 경남에 거주하는 베트남인 수십 명이 몰렸다. 박 감독은 “제가 현재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베트남인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면서 이들과 먼저 악수를 하기도 했다.

베트남교류협회 막티 흰 회장은 “베트남의 영웅인 박 감독님을 가까이에서 뵐 수 있어서 무한한 영광이다. 감독님 덕분에 베트남인으로서의 자긍심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행사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함께 찍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부산은 대한민국 축구의 본고장이다. 앞으로 부산 축구가 더욱 발전하는 데 조그만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