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트트랙 등 끝나야 비로소 연습
- 얼음상태 나빠 정교한 빗질도 어려워

- “해외에서는 생활체육 인기 종목
- 올림픽 열기 힘입어 전용장 생기길”

“준~서, 더더더.” 지난 21일 밤 10시30분 부산 북구 문화빙상센터.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건국중학교 남자 컬링팀 선수들의 목소리가 빙상장에 가득 울려 퍼졌다. 작전을 조율하는 스킵 정유돈(17) 군이 박준서(17) 군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커지자 박 군의 스위핑(브러시로 바닥을 닦아 스톤의 방향을 결정하는 동작)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건국중 컬링팀 선수 5명은 훈련을 하느라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건국중학교 컬링팀이 지난 21일 밤 부산 북구문화빙상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건국중 컬링팀은 지난해 7월 창단된 부산에서 유일한 남자팀이다. 일주일에 세 번 진행되는 훈련은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훈련이 끝나는 밤 10시에 시작해 자정이 넘은 시간에 끝난다. 컬링 자세 교정부터 팔 근력 운동까지 훈련을 하면 빙상장의 추위는 금방 가신다. 최재혁(17) 군은 “지난달 열린 전국체전에서 예선 탈락해 아쉽지만 경기 과정에서 승리의 희망을 봤다”며 훈련 의지를 다졌다. 건국중 컬링팀은 모두 건국고로 진학해 훈련을 이어갈 계획이다.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컬링팀이 뜻밖의 선전을 하면서 부산에서도 컬링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빙상 불모지인 부산에서는 건국중 남자 컬링팀과 부산외고 여자 컬링팀이 올림픽 출전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들의 연습장은 북구 문화빙상센터가 유일하다. 지역 아이스링크는 북구와 해운대구, 동래구 등 세 곳에 있지만 컬링 시트지가 그려진 곳은 북구 문화빙상센터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사하구 하단동에 위치한 건국중 선수들은 1시간가량 거리를 버스를 타고 다닌다. 부산지역에서 컬링 동호회는 협회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6개팀 외에는 없다. 일반 동호회는 거의 없는 셈이다. 하지만 여성 컬링 대표팀의 선전으로 동호인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함께 이용해 북구 빙상장은 중앙이 높고 스케이트 날에 파인 외곽은 낮은 형태다. 이에 선수들은 정규 규격인 길이 45ｍ보다 7~8ｍ 짧은 상태에서 훈련한다. 건국중 컬링팀 이진욱(25) 코치는 “컬링은 빗질 몇 번에 스톤의 방향과 속도가 결정되는 정교한 스포츠다. 여자 국가대표는 전용장이 있는 경북 의성 출신이다. 전용 경기장 유무가 경기력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이에 소형 컬링 전용장이라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컬링은 스코틀랜드와 캐나다, 미국 등에서 생활체육으로 인기다. 부산에 컬링장이 조성되면 스포츠 저변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컬링은 전용 신발과 브러시, 스톤만 있으면 되는 종목이어서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서울시컬링연맹 양재봉 사무국장은 “컬링은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릴 만큼 두뇌 스포츠다. 몸싸움 없이 매너를 중시하는 경기여서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