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의 대부’로 알려진 부산가정법원 천종호(53·사법연수원 26기·사진) 부장판사가 인사 발령으로 당분간 소년보호재판을 맡지 못한다.

부산가정법원은 소년1단독 천종호 부장판사가 오는 26일 자로 부산지방법원으로 옮긴다고 22일 밝혔다. 부산가정법원 관계자는 “가사소년 전문법관 근무기간 4년이 끝나 인사 원칙에 따라 전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정에서 ‘일진’을 호되게 야단치는 모습이 방송되면서 ‘호통 판사’로 잘 알려진 천 부장판사는 창원지방법원에 근무할 때인 2010년부터 소년재판을 담당했다. 2013년 2월 부산가정법원에 부임 후에도 소년재판을 담당했으며 이듬해부터는 가사소년 전문법관으로 근무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가벼운 비행으로 1호 처분을 받은 청소년을 위탁 보호하는 ‘청소년회복센터’를 제안하고 정착에 힘쓴 점을 거론하며 “천 판사는 보통 1년간 맡는다는 소년재판을 8년째 담당하고 있다. 지금 하는 일 더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 고맙다”고 말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천 부장판사는 “법관을 퇴직할 때까지 소년보호재판만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인사에서도 부산가정법원에 남거나 신설된 울산지방법원으로 옮겨 소년재판을 계속 맡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바람과 달리 소년부를 떠나게 되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천 부장판사는 “소년보호재판이 법조인 경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 계속 담당하더라도 특혜를 누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런 약속을 할 수 있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는 소년보호재판은 소년의 품행과 환경을 둘러싼 깊은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때로는 엄정한 아버지의 마음으로 처분을 내리고, 때로는 자상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아이를 대해야 한다. 앞으로 소년보호재판을 하는 분께 이런 마음으로 재판에 임해주기를 감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