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촉구 청원 만 명 이상 동의

- 고은 시인은 수원서 떠나기로

극단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예술감독이 여성 단원에게 저지른 성폭력(국제신문 지난 15일 자 7면 보도)과 관련해 새로운 내용이 잇따라 폭로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 감독은 공식 석상에서 사과하겠다고 밝혔으나 법적 책임 등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과거 연희단거리패 단원이었다고 밝힌 김모 씨는 지난 17일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연극·뮤지컬 갤러리에 ‘윤택한 패거리를 회상하며’라는 제목의 글로 이 감독에게 성폭행당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김 씨는 “나는 극단에 있었던 2001년, 극단을 나온 2002년에 두 번의 성폭행을 당했다. 19세, 20세의 나이였다. 성추행은 성폭행 이전에 여러 차례 있었다. 수법과 장소 등은 앞서 폭로한 분들의 것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선배와 짝지어 별채로 호출받아 안마를 하며 이불 밑으로 그의 성기를 주무르게 됐다. 그 장면을 본 선배도 있었지만, 최고의 연극 집단에서 우두머리를 모신다는 명목으로, 마치 집단 최면이라도 걸린 듯 각자에게 일어난 일과 목격한 일을 모른 체하며 지냈다”며 “숙소생활을 할 때면 새벽마다 대선배들이 전화를 걸어와 이 감독이 찾는다고 말했다. 결국 몇 년 후 연희단과 인연을 끊게 됐다”고 피해 사실을 밝혔다.

김 씨는 “16년도 전의 일이지만, 내가 겪은 피해를 동일하게 겪은 이들의 폭로를 보며 반성 없는 상습적 성폭력을 알게 됐고 고백을 결심했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해당 글은 하루 사이에 12만 건 이상의 조회를 기록했다. 이 감독에 대한 폭로는 지난 14일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의 고백 이후 ‘Me Too(나도 당했다)’ 운동과 함께 계속되고 있다.

이에 이 감독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석상에서 사과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지난 17일 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감독에 대한 수사 촉구 청원이 올라온 지 하루도 채 안 돼 1만5000명 이상이 동의했고, 한국극작가협회가 이 감독을 제명하는 등 파문은 커지고 있다.

한편 최영미 시인이 최근 ‘괴물’이라는 시에서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원로 시인을 비판하자 해당 인물로 지목된 고은 시인에게도 신상의 변화가 생겼다. 고은재단 측은 고은 시인이 2013년부터 수원시의 지원을 받으며 거주해온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 ‘문화향수의 집’을 떠나 거처를 옮긴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지역 주민들이 지난해 6월부터 수원시의 지원을 반대해 이주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영미 시인의 문제 제기 등을 계기로 Me Too 운동이 퍼지면서 “수원시는 고은 시인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하라”는 요구가 제기돼 왔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