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청 안전평가 소홀 직무유기

- 경찰, 주변건물 정밀진단 요청

부산 사하구 ‘기우뚱 빌라’(본지 지난해 9월 27일 자 7면 등 보도·사진)가 총체적 부실 공사의 결과로 야기됐음이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3일 9층 빌라(16세대) 신축공사를 벌이며 지반보강을 하지 않은 혐의(건축법 위반)로 시공사 대표 A(61) 씨와 건물주 B(64) 씨, 감리 책임을 맡았던 C(58) 씨와 D(48) 씨, 현장소장 E(45) 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안전성 평가 업무를 소홀히 한 사하구 공무원 F(51) 씨를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 씨 등은 2015년 1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진행된 빌라 신축 공사를 부실하게 진행한 혐의를 받는다. 낙동강 하구의 연약한 지반에 건물을 세우면서 ‘건물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조처를 하라’는 구조기술사의 과업 지시를 무시하고 공사를 벌였다. 이 때문에 빌라는 건물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선을 그었을 때 원래 위치보다 꼭대기가 50㎝ 넘게 기울었다.

대한토목학회 조사 결과 빌라 아래 땅은 지하 11.7ｍ까지 매우 연약한 ‘실트질 점토’로 돼 있었고, 이후 30.5ｍ까지는 밀도가 조밀한 자갈과 모래로 이뤄졌다. 토목학회 남선우 심의위원은 “이 땅에 안전하게 건물이 들어서려면 30ｍ 깊이로 철근파일을 여러 개 박는 흙막이벽 기초공사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곳은 비용을 적게 들이기 위해 시트파일 공법(90㎝ 깊이에 철근 콘크리트 판 설치)이 적용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기초공사 중 흙과 지하수가 계속 유출되면서 지반이 약해졌고 점토질인 연약 지반 위에 무거운 빌라가 들어서면서 지반이 내려앉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건물 아래 땅은 토목학회에서 허용하는 침하 기준(50.0㎜)을 7배 초과한 361.5㎜나 침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철도경계선 30ｍ 이내에 건물을 지을 때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 규정을 어긴 혐의(철도안전법 위반)도 받는다. 이 건물은 도시철도 1호선과 불과 2.5ｍ 떨어져 있다. 또 A 씨는 기우뚱 빌라에서 7ｍ 떨어진 부지에 오피스텔을 지으면서 관할 구청에 착공 신고도 하지 않고 터파기를 진행한 혐의도 받는다.

사하구 공무원 F 씨는 기우뚱 빌라 같은 필로티 형태의 6층 이상 ‘특수구조건축물’은 구조 안전성 심의를 위한 구조 분야 전문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 이를 시행하지 않은 혐의다. F 씨는 기울어짐 문제가 발생한 뒤에도 곧바로 시정과 보완,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부산경찰청 박용문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주변 건물도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사하구에 주변 건물의 정밀 안전진단을 시급하게 시행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부산시 감사담당관실에는 위 사항과 관련한 특별 사무감사를 건의해 결과에 따라 보강 수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