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에 불씨를 품은 채 하늘을 날아다니며 불안을 키우던 풍등이 결국 화재를 일으켰다.
부산시소방안전본부는 지난 18일 밤 11시께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수욕장 입구에서 세워진 소원기원문용 철제 구조물(사진)에 풍등이 떨어져 화재가 발생했다고 19일 밝혔다. 바다를 찾은 관광객들이 소원을 적은 종이 카드를 걸 수 있도록 설치된 구조물이었다. 다행히 불은 시민에 의해 꺼졌으며 인명 피해도 없었다. 하늘로 날린 풍등이 바람에 날려 잘못된 방향으로 날아온 것이 원인이었다. 경찰은 풍등을 판매하고 불을 붙인 남성을 추적 중이다. 풍등이 불을 낼 수 있다는 지적(본지 지난 3일 자 8면 보도)이 있었지만, 담당 지자체와 소방당국의 별다른 조처가 없는 사이 실제 화재사고로 이어졌다. 풍등은 종이와 철사 구조물로 만들어진 특성 때문에 하늘로 높이 날려 보낼 수 있지만, 좌우로 불어오는 바람에 취약하다. 이런 특성 탓에 대형 화재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일 기장군 장안읍 삼각산에서 발생한 산불도 풍등이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부터 소방기본법을 개정해 풍등을 날려 보내는 사람에게 최고 200만 원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게 됐다. 법안은 마련됐지만, 현실에서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연말연시 또는 정월 대보름처럼 풍등을 날리는 수요가 몰릴 때는 단속 인원을 많이 투입한다”며 “평소에 풍등 판매와 날려 보내기를 소방관들이 잡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