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부경찰서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8시께 동구 방어동 일산새마을금고 방어지점에 복면을 한 A(49) 씨가 침입했다. A 씨는 새마을금고 뒤편 주차장 화장실에 미리 숨어있다가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출근하던 남자직원을 위협한 후 뒷문을 통해 내부로 침입했다.

A 씨는 미리 준비한 테이프로 직원을 결박한 뒤 금고를 열어 5만 원권 6000만 원과 1만 원권 5000만 원 등 현금으로만 1억1000만 원을 훔쳐 달아났다. 범행에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후 직원은 결박된 테이프를 스스로 풀고 경찰에 신고했다. 새마을금고에는 평소 6, 7명이 근무한다. 출납 담당인 이 직원은 전날 하다 남은 일을 처리하려고 일찍 출근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직원의 말에 따라 175㎝ 정도의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검은색 두건과 모 기업체 점퍼를 착용한 용의자 A 씨의 도주 경로를 CCTV로 추적했다. A 씨는 100여 ｍ 떨어진 골목에 세워뒀던 오토바이를 타고 자신의 집인 원룸에 도착한 뒤 오토바이 번호판에 붙였던 청태이프를 제거했다. 이어 자신의 그랜저 승용차에 돈가방을 싣고 원룸 주차장에서 경남 거제로 향했다.

거제경찰서 측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해당 차량이 거제로 온 사실을 확인하고 A 씨가 투숙한 옥포동의 한 모텔을 덮쳐 오후 2시30분께 검거했다. 당시 샤워를 하려던 A 씨는 경찰에 저항했으나 이내 제압됐다. A 씨의 가방에는 현금이 그대로 들어있었다. A 씨는 “생활고 때문에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과 거제의 조선 하청업체 등지에서 일했던 그는 지난해 2월부터 변변한 직장을 갖지 못했다. 그가 범행 직후 거제로 이동한 것은 이전에 근무한 직장이 있어 지리를 잘 알았기 때문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A 씨를 울산으로 압송해 자세한 범행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새마을금고 내부를 파악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것 같다”며 “모 대기업 점퍼 복장에 출근 시간대를 택한 것은 범행 직후 출근하는 근로자들 틈에 섞여 목격자 시선을 따돌리고 CCTV 분석을 교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