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단체 “반대 위한 반대 말라”
- 교육감선거 예비후보들도 가세
- 도교육청, 계획대로 추진 밝혀

경남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자 이 문제가 보수-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로까지 찬반 논쟁이 확산되며 내년 6월 교육감 선거를 앞둔 초반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지난 2일 도교육청이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경남도교원단체총연합회(경남교총)이 지난 9일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자 다음 날 박종훈 교육감은 SNS를 통해 경남교총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처럼 도교육청과 경남교총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자 보수-진보 시민단체들까지 각각 찬반 입장을 공식화하며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전교조 경남지부, 전국교수노조 부울경지부 등 13개 진보단체로 구성된 경남교육연대는 지난 20일 ‘경남교총의 학생인권조례 반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권은 공존 상태가 아니라 공멸 상태인 만큼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통해 교원의 교육권도 함께 보장하는 조례”라고 주장했다.앞서 지난 17일에는 경남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경남기독교총연합회 등 12개 보수단체로 구성된 경남학생인권조례반대연합은 도교육청 앞에서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조례 인권이 학생인권 보장이 목적이라면 현행 법규를 적용해 실현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또 학생인권조례의 배경은 프랑스 68혁명과 미국의 1960, 70년대 반문화운동이며, 잘못된 인권 개념을 학생들에게 적용한 미국과 프랑스는 모두 교육의 실패를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내년 교육감 선거 출마를 밝힌 진보 성향의 후보까지 논쟁에 뛰어들고 있다. ㈔경남민예총 안종복 이사장과 전교조 경남지부 차재원 전 지부장은 22일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무지와 편견을 걷어내고 학생인권조례를 즉각 제정하라’는 공동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들은 미리 배포한 회견문에서 “학생인권과 교권은 대립 개념이 아니다. 학생 인권과 교직원인권은 천부적인 권리로서 모두 보장과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다만 학생이 약자이고 학생인권 침해 사례가 빈번하기에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 속에 도교육청은 조례 제정을 위한 TF팀을 조만간 구성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jh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