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과 싸움에 업무 마비되고

- 막대한 소송 비용 부담 한숨만

부산의 한 사회적 기업이 글로벌 IT 대기업들과 힘겨운 소송전을 벌이는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부산 남구에 있는 사회적 기업인 아시아커뮤니케이션은 17일 미국 기업인 구글과 중국의 텐센트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에 관한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시아커뮤니케이션의 박효석 대표는 지난 4월 구글의 ‘넥서스 스마트폰’과 ‘구글 한국어 입력기 키보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자신의 특허(다국어 변환이 용이한 스마트기기)를 침해(본지 지난 5월 2일 자 10면 보도)했다며 특허권 침해금지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5월에는 중국 최대 IT 대기업인 텐센트의 ‘위챗’ 앱이 박 대표의 특허를 침해해 외국어 번역 프로그램을 제공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구글과 텐센트는 각각 국내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해 대응하는 한편 해당 특허가 무효라며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지적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소송을 시작했지만 굴지의 IT 대기업과 소송전이 길어지면서 아시아커뮤니케이션 측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커뮤니케이션은 다문화 학교인 아시아공동체학교 내부의 사업단으로 시작해 사회적 기업으로 독립했다. 아시아 공동체 통·번역센터를 설립해 결혼 이주민인 다문화 여성에게 통·번역사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다국어 번역과 관련된 특허를 바탕으로 이주민이 한국에 빠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서 IT 플랫폼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박 대표를 포함 직원이 2명밖에 없는 사회적 기업이 대기업들과 소송전에 매달리다 보니 수익은 꿈도 꾸기 힘들었다. 박 대표는 “사회적 기업이다 보니 정부지원금에 사재까지 털어 넣었지만 회사 본래 업무는 사실상 마비됐고 소송비용 등을 대느라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상대 특허 소송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던 아시아커뮤니케이션은 텐센트와의 법정 다툼이 생기자 변리사까지 선임했다. 민사소송 특성상 아시아커뮤니케이션이 패소할 경우 대기업들이 선임한 법무법인의 막대한 소송비용을 물어줘야 하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 

박 대표는 “국내 특허만 내고 비용 부담이 커 국제 특허를 포기했는데 결국 이 지경에 이르렀다”며 “돈의 힘에 무릎을 꿇을 순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커뮤니케이션이 보유한 특허를 침해하고 있는 다른 IT 기업들에도 몇 차례 더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김봉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