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전·현직 직원 2명 조사
- “수익에 지장 있을까봐 알려줘”

거액의 임대료 논란을 빚었던 삼진어묵의 부산역 매장 입찰 과정에서 코레일유통이 입찰 예정가격(월 최저 매출액)을 삼진어묵 측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014년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운영된 삼진어묵 부산역 매장. 국제신문DB.

부산 동부경찰서는 입찰방해 혐의로 코레일유통 전·현직 직원 2명을 불러 조사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삼진어묵은 2014년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부산역 내 매장(77㎡)에서 영업을 해왔다. 코레일유통은 계약 만료기간이 다가오자 지난해 12월 신규 입점 매장 모집공고를 냈다. 지난 3월까지 총 5차례의 입찰이 진행됐다.

경찰은 마지막 5차 입찰 때 코레일유통이 공정한 입찰을 방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입찰 예정가격인 월 최저 매출액을 삼진어묵 측에 미리 알려줬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매출액이 높을수록 삼진어묵이 코레일유통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높아진다.

삼진어묵은 지난 1·2차 입찰 때 단독으로 응모해 월 최저 매출액 10억 원과 매출액의 23%를 수수료로 납부하겠다고 제안했다. 당시 코레일유통이 정한 월 최소 매출액은 12억8000만 원이어서 유찰됐다. 3차 입찰 때도 삼진어묵은 코레일유통의 예정가격인 11억5200만 원보다 낮은 10억 원을 제시했다. 4차 입찰 때 삼진어묵은 참여하지 않았다.

문제는 5차 입찰이다. 당시 삼진어묵은 거듭된 유찰에도 불구하고 1~3차 입찰 때보다 오히려 적은 9억3000만 원의 월 최소 매출액을 제시했다. 코레일유통의 예정가격은 8억9600만 원이었다. 이때 처음으로 입찰에 참여한 환공어묵이 13억 원을 제시하면서 부산역 매장은 이 업체에 돌아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삼진어묵은 ‘2014년부터 코레일유통에 100억 원이 넘는 수수료를 내고도 퇴출당한 피해자’로 알려졌다.경찰은 삼진어묵이 입찰에서 계속 유찰된 경우 더 많은 금액을 써내는 게 상식인데도 5차 입찰 당시 오히려 적은 금액을 써낸 배경에 코레일유통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소환된 코레일유통 직원들은 “5차 입찰 전에 ‘10억 원보다 조금만 낮게 쓰면 될 것 같다’고 삼진어묵 측에 알려줬다”고 시인했다. 계속 공모가 유찰될 경우 매장이 공실이 돼 수익에 지장이 있을 것을 우려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코레일유통이 조직적으로 입찰 과정에 개입했는지 아니면 개인 범행인지 수사하고 있다”며 “부산역 매장에서 철수한 삼진어묵을 마냥 갑질의 피해자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삼진어묵 측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친분이 있는 코레일유통 직원이 선의로 입찰가를 알려주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혐의가 대부분 입증된 만큼 조만간 코레일유통 직원들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하는 한편 환공어묵이 코레일의 1차 예정가격인 12억8000만 원과 비슷한 13억 원을 써낸 배경도 수사 중이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