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근무때 ‘흑사파’ 일망타진
- 큰 사건 도맡아 온 강력수사통
- 영화처럼 주민 협조 큰 도움

- “철밥통 안듣도록 진정성 가져야”
- 경찰의 날 앞두고 후배들에 조언

“실제 사건은 영화보다 더 끔찍했습니다. 칼과 도끼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고 잘라낸 팔과 손가락도 들고 있었어요. 하루에 2, 3명씩 죽어 나간다고 할 때였으니까요.”

부산 사하경찰서 강력3팀 장영권(53·사진) 팀장. 관객 수 4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범죄도시’의 주인공 마석도(마동석 분) 형사의 실제 모델이다.

21일 ‘경찰의 날’을 맞아 만난 장 팀장은 영화의 모티브가 된 2007년 ‘흑사파 사건’을 해결한 주인공이다. 흑사파는 서울 가리봉동 일대 ‘차이나타운’을 거점으로 활동한 한국계 중국인 조직폭력조직이었다. 당시 경찰은 상인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7명을 구속하고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수십 명에 이르는 조직원을 일거에 잡아들이기 위해 6개월 동안 수사가 진행됐다.

장 팀장은 “영화처럼 주민들의 협조 덕에 증거수집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증거수집 뒤 검거는 단 2, 3일 만에 이뤄졌다. 정해진 시각에 뿔뿔이 흩어진 조직원의 숙소에 경찰이 일제히 들이닥쳤다. 그야말로 일망타진이었다.경찰 생활 27년째인 장 팀장은 강력수사의 귀재다. 서울경찰청 강력계·기동수사대·광역수사대에 오래 근무하면서 한 번 하기도 힘든 특진을 4번이나 했다. 순경 공채로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니 현재 경감에 이르기까지 특진으로만 승진한 셈이다. 전국 강·절도 검거실적 1위를 여러 번 했던 장 팀장은 탈주범 신창원을 잡기 위해 꾸려진 수사팀에도 참가했다.

영화 ‘범죄도시’의 형사 ‘마석도’의 실제모델이 사하경찰서 장영권 강력3팀장이다.

강력계 형사가 천직 같아 보이는 그이지만 원래는 전도유망한 유도선수였다. 초등학교부터 운동을 시작해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대학 4학년이던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984년 LA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안병근 선수에 패했다. 이후 체육교사가 됐다가 2년도 안 돼 경찰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어릴 적 드라마 ‘수사반장’을 즐겨 봤다. 멋있어 보여서 나도 꼭 한번 형사 반장을 해보고 싶었다”고 웃었다.

경찰 내에서 장 팀장은 ‘청송맨’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악질 수용자를 관리하는 곳으로 악명 높은 청송교도소를 자주 들르기 때문이다. 과거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등 강력부서에서 활약한 덕이다. 알고 지내는 청송 재소자나 출소자가 수천 명에 이른다. 장기 복역한 출소자들이 무작정 장 팀장을 찾아오기도 했다.

강해 보이기만 한 그도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하는 경우도 많았다. 과거 7인조 강도사건을 수사할 때였다. 6명을 검거하고 두목을 잡지 못할 때 마침 협박 전화가 걸려 왔다. 기지국을 추적해보니 장 팀장의 자택 옆 공중전화였다. 이후 검거된 범인의 은신처는 바로 장 팀장의 옆집. 웃을 수만은 없는 해프닝이었다.

다시 태어나도 강력반장이 되겠다는 장 팀장은 후배 경찰들에게 진정성을 주문했다. 그는 “프로의식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 철밥통이라는 소리 듣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