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전 운영사, 수명연장 추진
- 삼중수소 검출 등 잇단 사고
- 주, 소송 통해 영구정지 결실

- 원전 노동자에 새 일자리 약속
- 지역경제 위축 등 우려 불식
- 해상 풍력발전소 유치도 계획

- 한국 신고리5·6호기 중단하고
- 지역목소리 반영할 위원회 필요
- 정부가 안전한 일자리 만들어야

미국의 원자력발전소 정책은 우리나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해당하는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관장한다. 원칙적으로는 지역정부(주정부)가 핵발전소 건설·폐쇄에 간섭할 여지가 없다. 뉴욕주 정부가 지난 1월 소송을 통해 인디언포인트 2·3호기의 영구정지를 이끌어낸 것은 미국 사회에서도 이례적인 ‘사건’이다. 뉴욕주 정부는 또 인디언포인트 폐쇄로 지역경제가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 분야 확대를 통해 새 일자리 마련에 나섰다.

미국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인디언포인트 원자력 2, 3호기 모습. 2호기는 2020년 4월, 3호기는 2021년 4월에 폐쇄된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제공

■주정부가 앞장서 폐쇄한 원전

미국 뉴욕주는 지난 1월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인디언포인트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2021년까지 중단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디언포인트의 원자로는 총 3기이다. 이 중 2호기는 2020년 4월까지 폐쇄된다. 3호기는 2021년 4월 문을 닫는다. 인디언포인트 1호기는 이미 1974년 운영이 정지됐다. 인디언포인트 1호기 폐로는 2026년 1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성명에서 “인디언포인트는 미국 최대 도시이자 인구 밀집지역인 뉴욕주와 가깝다. 언제나 원자로에서 안전문제가 생길까봐 불안감이 컸다”고 말했다.

인디언포인트 1~3호기는 뉴욕 맨해튼으로부터 북쪽으로 58㎞(36마일)가량 떨어져 있다. 만약 이곳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뉴욕시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다. 인디언포인트 2호기와 3호기에는 최초 허가 당시 40년의 운영 기간이 주어졌다. 각각 2013년과 2015년이 마감 시한이었다. 인디언포인트 운영사인 엔터지(Entergy)는 2007년 NRC에 20년 수명 연장을 신청했다. NRC는 수명연장 심사가 길어지자 임시로 계속 운영을 허락한 상태였다. 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참사는 뉴욕주의 반대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여기다 인디언포인트 원전에서는 2015년 변압기 화재로 인접한 허드슨강에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불이 난 변압기는 핵물질 처리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시설이었기 때문에 대형사고로 확대되지는 않으나 불안감은 커졌다. 지난해 2월에는 인디언포인트 주변 지하수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면서 뉴욕주 정부가 조사에 나서는 일도 벌어졌다.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되자 뉴욕주는 인디언포인트 1~3호기 운영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NRC가 관장하는 에너지정책에 지역정부가 관여해야 한다는 여론도 거셌다. 마이클 고프 미국 에너지부 고문은 “인디언포인트는 사실 뉴욕주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소송 때문에 폐쇄됐다”며 “물 관리는 주 정부의 소관이라는 점이 소송의 동력이 됐다. 원전 냉각수 공급을 주 정부가 반대하면 원전 운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재생 에너지로 새 일자리 창출

인디언포인트 원전이 있는 뉴욕주 인근의 웨스터체스터시에서는 아직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원전이 가동을 중단하면 지역 경제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다. 울산 울주군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지역경기가 위축되고 일자리도 대거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과 유사하다.

최근 롭 아스토리노 웨스트체스터 시장도 뉴욕주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 중이다. 뉴욕주가 인디언포인트 원전 폐쇄를 주도하는 바람에 지역 내 수많은 주민이 직업을 잃게 되는 것은 물론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이 낭비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분위기는 인디언포인트 인접 마을에서 쉽게 포착됐다. 웨스트체스터에서 만난 칼 데빗 씨는 “원전이 계속 가동돼야 지역 주민들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마을에 7년 정도 살았는데 원전 불안감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욕주는 인디언포인트 폐쇄 결정 이후 이러한 불만을 막으려는 조치에 돌입했다. 우선 2021년 인디언포인트 1~3호기 완전 폐쇄 때까지 원전 내 고용을 계속 유지하기로 인디언포인트 운영사인 엔터지 측과 합의했다. 원전 폐쇄가 끝나면 엔터지는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뉴욕주는 또 주정부 산하 에너지 연구개발청을 통해 모든 원전 노동자에게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 기술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뉴욕주는 몬톡 지역에 미국 최대 해상 풍력 발전소를 유치할 계획이다. 총 90㎿ 규모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몬톡 해변에서 바다쪽 30마일 지점에 지어질 예정이다. 뉴욕주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발전을 최대 2.4GW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경성대 김해창(환경공학과) 교수는 “원전 주변 지역의 목소리가 중앙정부의 정책에 반영되도록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또 신고리5·6호기 건설이 중단되더라도 신재생 에너지 사업 확대를 통해 더 안전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웨스트체스터=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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