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9년 스리마일아일랜드
- 멜트 다운으로 10만명 대피
- 이후 은퇴자 중심 봉사단 결성

- 재난 대피안내·비상훈련 참가 등
- 주민에 정확한 정보 알리는 역할
- 부산도 최근 민간 방재단 결성

미국은 지역사회가 직접 원자력발전소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주로 은퇴자들이 소규모 자치구(borough)에 가입해 풀뿌리 활동을 한다. 1979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불리는 스리마일아일랜드(TMI) 원전 2호기 핵연료봉이 녹아버리는 사고가 발생한 펜실베이니아주 도핀카운티의 미들타운 자치구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14일 기자가 미들타운을 찾았을 때 TMI원전 사고를 계기로 결성된 자원봉사자들이 재난 관리 활동을 하고 있었다.

미국 엑셀론 발전(TMI원전 발전사)에서 근무하는 에드워드 카레라스 운영교육 팀장이 TMI 원전 사고 이후 간소화된 원전 운전 교육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김준용 기자

■최악의 TMI사고

1979년 3월 28일은 미국 역사상 가장 끔찍한 날이었다. TMI 2호기에서 원자로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핵연료봉이 녹아버렸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노심 용융(Melt Down)이 발생했다. 당시 사고 원인은 TMI의 원자로 2기 중 2호기의 가압기(원자로 압력 조절 장치) 고장이었다. 압력을 줄여주는 부품이 빠진 것이다. 그 결과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수가 유출되면서 원자로 온도가 급속도로 상승했다. 당시 주정부는 주민 10만 명을 긴급 대피시켰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도핀 카운티 미들타운의 TMI원전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TMI 사고의 보다 직접적 원인은 ‘인재’였다. 운전사가 압력 계기판을 잘못 읽어 밸브를 닫지 않는 바람에 가압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또 운전자가 실수로 비상노심냉각장치(ECCS)의 작동을 멈추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더니 마침내 발전 관리 시스템 자체가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

원자로 온도가 올라가자 핵연료봉 용기에 균열이 생겼다. 방사선 물질 일부가 대기로 유출됐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지역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미국은 30년 가까이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일절 중단했다.

이러한 미국의 기조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바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이유로 2010년 조지아주에 원전 2기 건설을 허가했다.

■주민이 직접 원전 감시

톰 포어맨 미들타운 자원봉사 방재팀장

TMI 원전이 있는 미들타운 자치구에는 30명가량의 자원봉사자가 재난관리팀을 꾸려 일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주민들에게 재난 대피법과 대피로를 안내하는 책자를 배포한다. 갑상선방호약품(KI)을 지역 보건소로 옮기는 일도 맡고 있다. TMI 측과 교류도 진행한다. TMI는 미들타운 주민들에게 1년에 한 번 원전 내부를 공개한다. 자원봉사자들은 TMI가 2년에 한 번 진행하는 비상훈련에도 참여한다. 만약에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전화를 이용해 마을 내부에 정확한 상황을 전파한다. 또 주정부와 카운티를 거쳐 내려오는 지시를 수행하기도 한다.

기자가 찾은 미들타운자치구 재난관리팀 사무실에는 지역 대피로가 그려진 지도가 걸려 있었다. 옆 방에는 아마추어 무선통신 시스템도 보였다. 휴대전화 통화가 힘든 상황을 대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펜실베이니아 주정부에 따르면 이 자원봉사팀은 TMI 사고 이후 조직됐다. 원래 재난 방재는 주정부의 소관인데 비상상황에서는 현장의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톰 포어맨 재난관리 팀장은 “TMI 사고 전 미들타운 인구가 1만2000여 명이었는데 지금은 8000여 명으로 줄었다”며 “TMI를 당장 없앨 수 없는 만큼 재난에 대비한 훈련과 정확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은 걸음마 단계

우리나라는 아직 대부분의 재난 관리를 원자력위원회와 자치단체에 맡겨 놓고 있다. 마을 주민이 직접 지역 방재에 참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은 없다.

최근 부산 기장군은 미들타운 재난관리단과 유사한 민간 원전방재단을 설립했다. 기장군 내 21개 마을에서 마을 이장을 중심으로 42명을 뽑아 구성했다. 부산에서 처음 만들어진 민간 방재단이다.

비상시 상황 전파와 주민을 대피소로 유도하는 임무가 부여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협력해 방재 교육도 추진한다.

부산 기장군 신동수 원자력안전과장은 “지역주민이 직접 방재단을 운영하면 자치단체가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풀뿌리 원전 감시의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미들타운=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국제원자력 사고 등급 자료=국제원자력기구(IAEA) 명칭 내용 사례 0단계 경미한 고장 평시상황 1단계 단순고장. 안전상의 사소한 문제  일본 몬주 나트륨 누출 사고 2단계 고장. 원전 내부 직원의 법정 피폭한계치 내 방사선 노출, 시설물 내 방사능 오염 한국 고리 1호기의 계획예방정비 중 소외전원상실 등 3단계 중대한 고장. 원전 종사자의 심각한 피폭. 예기치 않은 지역의 방사능 오염 등 스페인 반델로스 원전 사고 등 4단계 시설 내부 위험사고. 피폭 사망자 발생. 방사성 물질의 일부 유출 일본 도카이 촌 방사능 누출사고 등 5단계 시설 외부로 위험을 수반한 경우. 방사성 물질의 한정적인 외부 방출. 원자로 용기에 중대한 손상을 입은 경우 미국 TMI 원전 사고 등 6단계 심각한 사고. 방사성 물질의 상당한 외부 방출 구소련 키시팀 사고 7단계 방사성 물질의 중대한 외부 방출. 생태계의 심각한 영향 초래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