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서엔 “회사에 폐 끼쳐 죄송”
- 방산·경영비리 수사 압박감

방산 비리와 분식회계·채용 비리 혐의로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김인식(65·사진) 부사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남 사천경찰서는 김 부사장이 21일 오전 8시40분 자신의 숙소인 사천 시내 한 아파트 베란다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직원이 발견했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A4 용지 3장에 자필로 쓴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 한 장은 수천억 원대의 분식회계를 주도하고 일감 몰아주기 대가로 협력업체 지분을 차명 보유한 혐의로 지난 20일 긴급체포된 하성용 전 KAI 대표와 직원들에게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안타깝다. 회사와 직원들께 누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두 장에는 부인과 아들, 동생 등 가족에게 미안함을 담았다. 최근 불거진 방산·경영 비리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사장은 현재까지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부사장은 최근 이라크에 출장을 갔다가 지난 20일 저녁 사천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 부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공군 출신인 김 부사장은 2006년 KAI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주재사무소장을 시작으로 수출사업본부장·해외사업본부장을 거치면서 수출 사업 전반을 총괄했다. 이라크에 FA-50 경공격기 수출을 성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에 긴급체포된 하 전 대표와는 경북고 동기 동창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사장은 검찰 수사의 칼끝이 방산비리 전반을 향하고 있는 만큼 수출 업무 책임자로서 상당한 압박을 받아 온 것으로 주변에선 추측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김 부사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갔다. 검찰은 “김 부사장을 조사하거나 소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일단 김 부사장이 KAI 경영비리 의혹과 관련한 수사 대상자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당장은 하 전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에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