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등 타 지자체도 경쟁 가세
- 시 “조속 결정” … 유치운동 박차

검찰의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수사가 항공 MRO(항공 정비) 사업지 선정 과정에서 악재로 작용하면서 경남 사천시가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31일 사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사천시 김상돈 우주항공국장이 항공 MRO 사업지의 사천 유치를 촉구하고 있다. 이완용 기자

31일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국내 항공 MRO 시장 규모는 2014년 1조5000억 원에서 고속성장을 거듭해 2020년에는 4조2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재 제대로 된 사업자가 없어 대부분 해외업체에서 정비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5년 1월 MRO 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하지만 방산 비리 혐의로 KAI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7월 초부터 2개월가량 지속되면서 애초 사천시가 유력했던 항공 MRO 사업지 선정 절차가 미뤄지고 있다. 또 KAI의 금융거래가 제한되면서 일부 협력회사는 유동성 자금이 막혀 심각한 경영난까지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 틈을 노려 인천시 등 다른 지자체가 항공 MRO 사업지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항공우주 산업 도시를 자처하는 사천시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같이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사천시는 이날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항공 MRO 사업지 조기 선정을 촉구하며 지역 민심 추스르기에 나섰다. 시 김상돈 항공우주국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항공 MRO 사업은 항공선도기업인 KAI가 위치한 사천시에 유치돼야 한다”며 “항공기 정비 물량의 50% 이상을 해외기업에 위탁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고 유출을 방지하고 항공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입지 여건이 유리한 사천시에 설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사천시는 인천이나 충북 등 다른 지자체보다 항공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중앙정부에서도 KAI가 있는 사천을 선정한다는 전제로 한국공항공사 등과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항공 MRO 사업을 공동 주관하는 한국공항공사가 용역 최종보고 단계에서 중단된 사업지 선정 작업을 조속히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검찰의 수사가 장기화하자 시민 관심이 증폭되면서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며 “KAI의 내부 문제로 결정이 지연되고 있을 뿐 선정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사천시는 대상지 선정과 지표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 산업단지 계획 확정만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관련기관과 전문가, 지역 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항공 MRO 사업지 범시민유치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유치 운동을 벌여나갈 방침이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