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동구의 한 빈집에 6t에 달하는 쓰레기가 무단 투기돼 수년째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모습이(본지 지난 12일자 8면 보도)화제가 됐다. 앞서 인천 남구에서도 빈 건물 옥상에 쓰레기들이 3년간 무단 투기돼 사람들에게 상당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누가 이 많은 쓰레기를 버린 것일까. 분명한건 혼자는 아니다. 기자는 그들 중 한명이 돼보기로 했다.

18일 오후 부산의 가장 핫한 중심가 ‘서면’에서 쓰레기를 던졌다.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는 실험카메라 형태다. 어쨌든 대놓고 쓰레기를 버려봤다.

“대놓고 쓰레기를 버려봤습니다”

처음은 소심했다. 조그만 과자종이박스를 거리에 버렸다. 쓰레기를 버린다고 의식해서 그런지 쉽게 버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버리는 요령이 생겼다. 휴대폰을 보거나 이어폰을 귀에 꽂고 먼 곳을 바라보며 쓰레기를 던졌다. 플라스틱 통이나 1회용 컵 등 작은 쓰레기에서 큰 물건들을 당당히 거리에 투하했다. 결론은 기자를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뒤돌아보는 사람이나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기자를 지나쳐 갔다. 정숙자(한국상담심리교육협회)교수는 “쓰레기가 버려지는 곳에는 또 쓰레기가 버려진다. 누군가 이를 제지 한다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지도 모른다. ‘나’만이 아닌 ‘다수’가 그렇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처럼 작은 유리창이 깨질 때 다음날 방치한 유리창은 더 크게 깨진다. 집단 무의식 속에는 ‘나도 사회에 동참한다’라는 사고를 누구나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폐허에도 동참하고 아름다움에도 동참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 실험카메라를 기획할 때부터 누군가 꼭 쓰레기를 주워주거나 나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모습을 기대한 건 아니다.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길에 버리는 것이 잘못된 것을 누구나 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 게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다. 무엇을 위해 나서기는 힘들고 특히 그 문제가 나와 상관없을 때는 더 힘든 법이니까.

단지 이날 맛있는 것만 홀랑 빼먹고 버려지는 쓰레기들을 치우고 지나간 환경미화원이 있었던 자리에는 또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었다. 기자와 같은 행동을 한 사람이 많은 게 분명하다.  김채호 기자 chaeh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