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원, 17일 전기 전송 차단
- 사용후핵연료 5년간 냉각·반출
- 2022년 방사성 물질 제거 착수
- 토양 완전 복원 30~40년 걸릴듯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오는 18일 영구정지된다. 1977년 6월 19일 최초 임계에 도달해 30년의 운영허가와 10년의 운영 연장기간이 끝나는 시점이다. 1978년 상업발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핵발전소이다.
고리1호기의 영구정지는 오는 17일 고리1호기 중앙제어실에서 계통분리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계통분리는 고리1호기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외부로 흘러 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 폐로와 철거에는 15년 이상이 걸린다. 원자로가 가동을 중단하면 약 5년 동안은 사용후핵연료의 냉각·반출 작업과 함께 방사성 물질을 없애는 제염작업이 이뤄진다. 해체는 그 다음이다.

해체는 원자로 영구정지·냉각기를 거쳐 방사성물질 제염과 구조물 해체 순으로 진행된다. 원자로를 식히는 데만 5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실제 고리1호기 해체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해체계획서 승인이 나는 2022년 6월께 시작될 전망이다.

건물 표면의 오염을 제거하고 토양을 자연상태로 완전히 복원하기까지는 30~40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67년에 영구정지된 미국 CVTR 원전은 완전 해체에 42년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아직 원자로 폐로 경험도 없다. 상업용의 수백분의 1 크기인 연구용 1기가 유일하다. 옛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가동되던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3'은 1972년부터 1995년까지 24년 동안 가동되다 해체됐다. 발전용량이 2MW에 불과한 소형 원자로였는데도 해체 기간은 1997년부터 2009년까지 12년이 걸렸다. 비용도 170억 원이 투입됐다.

고리1호기 완전해체와 부지 복원에는 추가로 2년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2032년 12월 고리1호기 철거가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 해체에 필요한 총사업비는 6437억 원가량이다. 사업비는 방사성폐기물관리법에 따라 2년마다 재산정된다.

고리1호기 부지 이용 방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해체 작업이 끝난 해외 원자력발전소(19기)의 경우 ▷녹지로 활용(11곳)하거나 ▷발전소로(5곳) 또는 주차장(1곳)으로 이용되고 있다. 고리원자력본부는 녹지로 활용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리1호기는 국내 첫 원전인 탓에 '낡은 원전'이라는 이미지와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평가가 공존해왔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자료를 보면 고리1호기에서는 지금까지 130여 회의 문제가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완공한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1978년 5월 발전소에서 수소가 누설되면서 터빈과 원자로가 수동정지한 것으로 기록됐다. 건설 당시 고리1호기의 발전 용량 58만7000㎾는 우리나라 발전용량 659만㎾의 9%에 달했다.

노기경 고리본부장은 "고리1호기는 100% 해외기술로 건설된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였던 만큼 초창기 운영 때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2차 오일쇼크 등 국가적 에너지 위기극복이나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한 측면은 제대로 평가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