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들 "불안해소 대책 내놔야"
- 시민단체 "원인 규명없이 땜질"
- 원자력본부 "전체 면적 중 미미"

"해외전문가를 데려와서라도 투명하게 현장조사를 해야 합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셀프검증'을 믿을 수 없습니다."(오규석 기장군수)

22일 부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3호기 격납건물 철판 부식과 관련한 설명회에 참석한 오규석 기장군수가 고리본부의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오른쪽은 설명회에 앞서 시민단체들이 고리본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김성효 기자

고리원자력발전소 3호기 격납건물 철판(라이너 플레이트·CLP)에서 127곳의 대규모 부식이 발견(본지 지난 21일 자 1·6면 보도)되자 기장군 주민들은 물론 정치권·환경단체가 원자력 당국을 강력히 성토했다.

고리원자력본부가 22일 오후 개최한 '고리3호기 부식 현장설명회'는 주민 대표들의 성토장으로 변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오 군수와 기장군의회 김대군·김정우·이승우 의원을 비롯해 주민대표 10여 명이 참석했다. 기장군의회 김대군 의장은 "고리3호기가 건설된 지 33년째"라면서 "원자로의 방사성 물질 누출을 막는 CLP 철판이 부식된 원인은 건설 당시 문제가 있었기 때문 아니냐. 주민이 안심할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승우 의원도 "사소한 사고가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원자력당국에 대한 신뢰에 다시 금이 갔다"고 말했다.

박용주 고리원전 민간환경감시위원은 "원전 격납건물 철판 부식의 원인이 해수 염분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해외 전문가와 민간이 참여하는 단체가 공동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리원자력본부는 고리3호기 부식이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노기경 본부장은 "CLP 부식은 전체 면적 가운데 미미한 부분에 불과하다"며 "부식이 발견된 철판은 두께 1.2m의 철근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방사선 누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고리3호기 건설 당시 격납건물 돔 아랫부분에 콘크리트를 먼저 타설하고 천장 쪽은 나중에 했다. 이 과정에서 미세한 염분이 철판에 침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부식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설명회에 앞서 탈핵부산시민연대와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고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식으로 인해 고리3호기 CLP가 기준치 이하의 두께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민들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고리 3호기는 해풍이 불어온 방향과 상관없이 광범위한 방향에서 부식이 발생했다. 철판 부식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데도 원자력안전위가 용접하고 땜질해서 재사용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도 이날 성명에서 "원자로를 보호하는 격납고 부식으로 원전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며 노후 원전의 폐로를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