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처음으로 가야시대 왕성(王城)으로 실체가 확인된 경남 합천 다라국성(多羅國城·성산토성)의 국가 사적 지정이 올해 하반기 중 추진된다.

경남발전연구원과 합천군은 27일 합천군 문화예술회관에서 성산토성 국가 사적 지정을 위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경상대 조영제(사학과) 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성산토성 3차 발굴조사(2015년 6월~2016년 2월) 결과를 바탕으로 다라국성의 가치와 중요성, 국가 사적 지정의 필요성에 대해 밝혔다. 경남발전연구원은 이르면 오는 7월 중 문화재청에 성산토성의 국가 사적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조 교수는 이날 "다라국 지배집단의 묘역인 합천군 쌍책면 옥전고분군(사적 제326호) 인근의 황강과 접해 만들어진 성산토성을 조사한 결과 옥전고분군에서 나온 토기와 똑같은 토기가 다수 출토됐다. 기둥과 건물 터 6동 등 주거공간과 제사공간도 확인됐다. 이는 성산토성이 도성(都城)이며, 다라국성임을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어 "성산토성의 단면을 잘라보니 3m 정도의 두께로 흑갈색 점질토(논흙)와 황갈색 사질토(모래)를 교대로 쌓아 평탄화 과정을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많은 인력과 경비를 들여 성을 쌓은 흔적인 동시에 국가 차원의 강력한 권력의 개입 증거"라고 덧붙였다. 결국, 성산토성은 지배계층의 묘역인 옥전고분군과 세트로 구성된 유적군으로, 다라국 도성의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또 성산토성은 다른 가야국의 산성처럼 고지에 위치하지도 않고 해발 53m 정도의 황강변 구릉부에 자리 잡아 5세기 중·후반 다라국의 중심 성곽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다라국은 중국의 '양직공도'와 일본의 '일본서기' 기록에 나오는 가야국의 작은 나라로, 오늘날의 합천 일대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교수는 5차례에 걸친 옥전고분군 발굴 조사를 통해 마구 등 출토된 장신구 등을 근거로 옥전고분군이 지배집단의 묘역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여기에다 고분군과 1㎞ 떨어진 곳에 다라국과 이름이 똑같은 '다라리'가 존재해 옥전고분군은 다라국 지배집단의 묘역임이 더욱 분명해진다.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 한상우 연구위원은 "국가 사적 지정은 물론 성곽 복원을 통해 역사교육 및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한 이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