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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저널리즘 대변환기 <하> 저널리즘의 미래 가상현실

순식간에 시리아 전쟁터 속으로…진짜 '생생한 뉴스'가 뜬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 | 2015.05.17 19:24
래이 소토 가넷디지털 VR 기기 연구팀장이 '가상현실 저널리즘의 도래: 체험적 스토리텔링을 위한 3D 기술의 활용'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ISOJ 제공
- 로켓포 떨어진 현장 재현해놓은
- 가상현실 다큐 '프로젝트 시리아'
- VR 기기 쓰니 참상 직접 겪은 듯

- 가상현실 제작기법 걸음마 단계
- 하드웨어 기기들은 이미 상용화
- 페이스북도 최근 관련업체 인수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교 내 블랜튼 박물관 2층에 마련된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체험장. VR 기기가 들어있는 크로스백을 어깨에 멨다. 이어 커다란 고글처럼 생긴 헤드셋을 머리에 뒤집어썼다. 얼굴의 절반가량을 가렸다.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이 기기를 몸에 달고 나서야 비로소 가상현실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시리아'를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영상은 2014년 시리아 북부 최대 도시인 알레포 지역에 로켓포가 떨어진 현장을 재현했다.

체험장 바닥 4곳의 모퉁이에 설치된 길쭉한 삼각대 내부가 가상현실 체험공간이다. 5㎡ 남짓한 공간이 시리아로 변하는 것이다. VR 다큐멘터리 제작사인 앰블러매틱 그룹 관계자가 붉은색 발광다이오드(LED) 막대기를 바닥과 허공에 대고 휘휘 저었다. 영화 '스타워즈'에 나올 법한 광선검처럼 생겼다. 이 센서가 체험자가 쓴 헤드셋과 연결돼 움직임을 인식한다. PC에는 체험자의 움직임이 그대로 나타난다.

본지 기자가 가상현실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시리아'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이제 시리아로 '순간이동'할 준비를 마쳤다. 3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시리아 시내가 시야에 들어왔다. 초등학생 또래 시리아 소녀가 노래를 흥얼거렸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시내 구경에 빠질 순간에 "쾅". 폭탄이 터지는 소리다. 커다란 굉음에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심장박동도 덩달아 빨라졌다. 제작사는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음향을 삽입했다. 평온했던 거리는 희뿌연 연기로 뒤덮였다. 걸음을 몇 발짝 옮기니 건물 잔해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 구석에는 한 남성이 쓰러진 채 누워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남성이 다급히 달려가 이 남성의 상태를 살폈다. 불과 몇 분 만에 시리아 한복판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상현실임을 잠시 잊었다. VR 기기를 벗고 난 뒤 한동안 머리가 어지러웠다. 앞서 선댄스영화제에서 프로젝트 시리아를 체험한 여성 체험자는 참상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처럼 가상현실은 마치 자신이 뉴스의 현장 속에 있는 것과 같은 생생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 체험장에서는 구글 카드보드, 오큘러스, 삼성 기어VR 등 비교적 간단한 VR기기도 체험할 수 있었다. 대기표에 이름을 적고 기다려야 할 정도의 인기를 끌었다. 20달러 상당의 구글 카드보드도 무료로 나눠줬다. 이 제품은 평범한 골판지처럼 생겼지만, 렌즈로 된 부분에 스마트폰을 끼운 뒤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VR기기로 탈바꿈한다. VR기기를 체험해 본 다른 참가자들도 감탄사를 쏟아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가상현실은 아쉬움도 남겼다. VR기기를 체험한 유재성(32·텍사스 오스틴대 저널리즘스쿨 박사과정) 씨는 "비교적 3D 그래픽을 잘 구현했지만, 아직 가상현실 초창기 단계라 어색함이 보였다"며 "2000년대 초중반의 그래픽 수준이라서 마치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16회 온라인저널리즘 국제심포지엄(ISOJ)에서 가상현실(VR) 저널리즘 세션이 별도로 마련돼 첫선을 보였다. 지난해 ISOJ의 주요 관심사가 무인항공기 '드론'이었다면 올해는 가상현실 저널리즘이 화두 중 하나였다. 미국의 가상현실 기기 업체인 '오큘러스VR(Oculus VR)'를 인수한 페이스북은 올해를 가상현실의 원년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가상현실 저널리즘의 도래: 체험적 스토리텔링을 위한 3D 기술의 활용' 세션의 발표자로 나선 노니 데라페냐(Nonny de la Pena) 앰블러매틱 그룹 대표는 "가상현실은 전통매체와 다른 새로운 형태의 뉴스이며 진실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기회"라고 설명했다. 앞서 데라페냐 대표는 2012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을 재조명했다. 자율방범대원 조지 짐머만이 비무장 흑인 소년 트레이븐 마틴을 총으로 살해했던 그 날의 사건을 생생하게 체험하도록 한 이 작품은 당시의 911 신고음성을 바탕으로 단 2주 만에 완성됐다. 프로젝트 제작과정에서 전문가가 신고음성의 잡음을 제거하자 짐머만이 자신의 차 안에서 총을 장전하는 소리를 명확하게 들을 수 있었다. 특종이었다. 그는 "가상현실 저널리즘이 숨겨진 특종을 발굴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 언론대학원 테일러 오언(Taylor Owen) 부교수도 발표에서 "가상현실 저널리즘과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본질은 같다"며 "저널리즘이란 언제나 다른 어떤 것에 대한 설명이었고 독자를 실제 사건 속으로 더 가까이 이끌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주장했다.

가상현실은 점점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래이 소토(Ray Soto) 가넷디지털 VR기기 연구팀장은 "현재 가상현실 프로젝트의 제작기법을 소수만이 갖고 있지만, 일단 제작된 가상현실 영상물을 구동할 수 있는 하드웨어 기기들은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 노니 데라페냐 인터뷰

- "2018년까지 미국 내 2500만 명 VR 기기 손 안에 쥐게 될 것"
- 스마트폰 확산 속도 맞먹어
- 가상현실 뉴스룸 서둘러야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노니 데라페냐 앰블러매틱 그룹 대표.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노니 데라페냐(Nonny de la Pena) 앰블러매틱 그룹 대표는 '가상현실(VR) 저널리즘의 대모'로 불린다. 그는 20년간 언론 분야에서 쌓아온 내공을 가상현실 기술에 접목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엠블러매틱 그룹은 가상현실을 활용한 체험형 저널리즘 서비스를 개발한다. 그 성과물인 '프로젝트 시리아'는 가상현실 저널리즘의 한 획을 그었다. 시리아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람들의 관심까지 끌어냈다. 이 작품은 6주에 걸쳐 만들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사진과 음향 등 자료를 구했다. 저널리스트 정신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한국 취재진과 데라페냐 대표가 텍사스 오스틴대 블랜튼 박물관 내 가상현실 체험장에서 인터뷰를 했다.

데라페냐 대표는 가상현실 저널리즘에 대해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그는 "오는 2018년까지 미국 내 2500만 명이 VR 기기를 손안에 쥐게 될 것"이라며 "스마트폰이 확산하는 속도처럼 아주 빠르게 진행될 것이므로 하루라도 빨리 가상현실 뉴스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2~3년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앰블러매틱 그룹의 전략은 최고의 가상현실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기초자료를 받아서 정교한 편집을 거치는 게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모든 자료는 팩트를 기반으로 한다.

그는 "가상현실은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면서 만들기 때문에 단순한 게임이나 오락과 같은 가벼운 의미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데라페냐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의 오큘러스VR 인수는 앰블러매틱 그룹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페이스북을 통해 가상현실이 공유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가상현실 경험 후 발생할 수 있는 '사이버 멀미(simulator sickness)'에 대해 그는 "현재 연구 중인 단계이다. 군대에서 전문적인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뇌에서 일어나는 문제인 탓에 아직 명확한 결론은 도출되지 않았다"며 "만화영화 포켓몬스터를 본 일부 어린이가 경련을 일으킨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부 가상현실 체험자는 두통, 메스꺼움 등을 호소하기도 했다. -끝- 

오스틴(미국 텍사스)=김미희 기자

※취재지원: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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