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9월 이탈리아가 연합국에 백기를 들었건만 패전의 기미가 역력했던 일제는 그해 10월 학병제를 강행 실시하는등 승산없는 무리수만 휘둘러 갔다 최후의 몸부림을 치며 무너져 가는 大東亞共榮의 기치를 움켜 쥔 단말마적 발악인 셈이었다 무자비한 군국주의의 발굽 아래 조선인들의 민족의식은 그 맥동조차 끊어진듯 하였다학병제의 강행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하는 재일유학생들은 부쩍 늘어났다이 귀국대열 가운데 항일결사조직인 般震團의 결성을 기도한 두사람도 끼어 있었다 崔小海와 朴鍾漢이 그 주인공이다`般震' 한민족의 고국인 大東震國을 찾아 되돌아 간다 두사람이 조국광복을 위한 항일운동의 壯圖를 품고 고국으로 되돌아 온 것은 1943년 8월 우선 그들은항일운동단체의 결성에 뜻을 같이한 徐炳道 金大成등과 함께 般震團을 결성했다 결단식을 가진 주역 4인은 민족의식이 투철한 동지단원을 규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활동에 들어갔다 그들은 박준규 최인환 윤진원등을 포섭하는데 성공연말 무렵 단원은 9명으로 불어났다般震단원들은 일제의 패망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도쿄를 공습한 미군의 B29폭격기가 남해안까지 출현하는가 하면 현해탄에 출몰한 미군잠수함에 의해 일제의 수송선과 釜關연락선이 격침되는등 일제의 패망 조선의 해방이 시간문제임을 예고하는 일련의 사태들이 시시각각으로 전개되었다4명의 단원은 부산이 일제 군수물자의 대륙수송 교두보라는 사실에 착안 이의대륙수송을 차단하기 위하여 부산부두를 폭파하려고 결의하였다 이런 과제가항일운동을 펼치기로 한 般震團의 주목적이었다般震團 결성 이듬해인 1944년 그들의 모의는 점차 구체성을 띠면서 활발해졌다`폭탄을 만들어 유사시에 대비한다독립선언문을 기초하여 등사해 둔다태극기를 만들어 비축해 둔다 '이런 결의를 다진 般震단원들은 이를 행동으로옮겨 나갔다 폭탄제조 지식을 갖고 있는 徐炳道는 이를 제조할 화공약품 구입에 의기투합한 타단원들은 독립선언문을 등사하고 태극기를 만드는 일에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그 작업장은 부산 大新동 崔小海의 누님집 폭탄이라고는 하지만 성능은 보잘 것없는 유치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그들은 고무되어 있었다1944년 7월 하순경 般震단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정보가 날라들었다 金海형무소에서 만기출옥한 崔小海의 친지가 옥중에서 상해임정 밀사로서 수감중인사람으로부터 입수한 정보였다 독립군이 은닉해 놓은 군자금과 무기매설장소를표시한 지도 한장을 비밀리에 건네주며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전달해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정보였다崔小海는 급히 부산으로 달려와 般震단원들을 비상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지도에 나타난 장소는 금강산 부근의 어느 촌락 암석 밑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부산부두 폭파를 기도하고 있던 그들에게 이 정보는 낭보가 아닐 수 없었다 정보의 신뢰성이나 진위여부를 가릴 겨를도 없이 그들은 은닉장소를 찾아 나서기로 결정하였다崔小海와 徐炳道 두단원이 이 무기찾기에 나선 것은 8월초순 문제는 여비조달이었다 당시 慶南 晋州 요시노국민학교(현 중안국교)에서 촉탁으로 교편을 잡고 있던 朴鍾漢은 자신의 한달치 월급 40원을 여비로 제공하고 崔仁煥은 애지중지하던 바이올린까지 팔아 여비에 보탰다간단하지 않은 여정이었다 어렵사리 현지 산간에 도착한 두단원은 보물찾기나하듯 무기은닉지점을 이리저리 찾아 헤맸다 그러기를 며칠째 산지를 헤매던 그들은 관내 주재소 순사에게 불심검문을 당하고 말았다 두사람은 조부의 묘를찾아 고향으로 이장코자 유골을 찾는 중이라고 변명하였다 그러나 그 변명이통할리 없었다파출소로 연행된 그들에 대한 심문은 계속되었다 문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그들은 감시소홀을 틈타 야간도주에 성공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일경이 아니었다 그들은 두 단원들이 부산에 도착하기전 수상쩍은 행동과 도주행각을 부산경찰서에 통보하였다낙담하고 도주해 돌아온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일경의 체포의 손길뿐이었다 이미 그들의 아지트인 부산 大新동 崔小海의 하숙집은 수색의 손길이 미쳐般震團의 혈서연판장과 독립선언문 사제폭탄등이 압수되고 말았다 徐炳道와 崔小海는 물론 잠복 대기중인 형사에게 검거되었다朴鍾漢인들 무사할 리 없었다 수업도중 그는 경남도경 조선인 형사 2명에게 연행되어 晋州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되었다 그 때가 1944년 11월 24일경찰은 이 사건의 배후세력과 연루자를 밝히려 혈안이었다 혹독한 고문은 계속되었다 아무런 배후세력없이 20세 청년들의 순수한 민족의식의 발로에서 결성된 般震團인 만큼 일경이 밝히려는 배후세력과 연루자가 있을리 없었다 설혹있다손 치더라도 순순히 불어댈 그들이 아니었다朴鍾漢은 혹독했던 당시 고문상황의 한토막을 들려주며 흐트러진듯한 민족의식의 제고를 역설한다 가혹한 고문 못지않게 그의 가슴을 갈갈이 찢어 놓았던 것은 자신을 고문한 고등계 형사가 조선인에다 그의 고교선배라는 사실이었다鄭成富가 바로 그 장본인이다 그는 姜洛中 河판락과 함께 경남 고등형사계의악명높은 3거물의 한사람 일제의 주구가 되어 동족의 반일사상을 탄압하고 항일운동자 색출에 앞장선 鄭成富의 반민족 행위가 더욱 가슴을 저미게 했던 것이다 자신이 朴鍾漢의 고교 10회 선배라는 사실을 밝히며 수사에 협조해 줄 것을 회유하기도 강압하기도 하며 고문을 계속해 갔다그러기를 꼬박 1주일 般震團의 배후세력과 연루자들을 대라는 똑같은 심문의행진이었다 이에 朴鍾漢은 고문경찰에게 般震團의 이름은 崔南善의 `朝鮮歷史'에서 배워 착상하게 된 것이며 般震團의 투쟁방식은 일본 가미가제 특공대로부터 배웠으니 굳이 배후세력이라고 한다면 가미가제다이(神風隊)라고 강변했다조선인 형사는 朴鍾漢이 그를 능멸한다고 고문을 취할 태세였다 마침 옆에 있던 도경 사토 고등계 형사부장은 "네가 일본인 아닌 것이 유감이다"며 朴鍾漢의 민족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그 이후로 그에 대한 심문만은 없었단다 그들은6개월이나 각경찰서로 전전하며 고문을 당했다예심에 회부되어 부산형무소에 수감된 것은 이듬해인 6월 중순 그로부터 두달후 8.15 광복으로 혹독한 고문을 받으며 영어의 몸이 된 그들은 조국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로 풀려났다 광복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옥사자가 속출했을 정도로般震단원들의 생명은 경각에 이르러 있었던 것이다般震團 별다른 가시적인 항일투쟁업적을 남기지 못했기에 그들의 존재의미는미미할지 모른다 그러나 大東亞共榮의 기치 아래 역사를 거스르는 단말마적 발악과 조선인들의 체념어린 `皇民化 정책'에의 동화의식이 풍미하던 태평양전쟁의 막바지에 순수하고 뜨거운 민족의식으로 뭉친 20세 열혈남아들의 항일의식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역사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徐榮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