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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 ‘미지의 길’…실물경제 위축에 극약처방

한은, 기준금리 0.5%P 인하
안세희 기자 | 2020.03.16 22:53
- 금융시장의 변동성 완화 기대
- 지구촌 코로나 충격 지속 땐
- 긴급 유동성 확대 카드 꺼낼 듯
- 부동산시장 자극·자본유출 우려

한국은행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전격 인하하는 ‘빅컷(big cut)’을 단행하면서 국내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 ‘0%대’를 맞이하게 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고 실물경제 위축이 빠르게 심화하는 데 따른 조처이지만, 이번 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우려가 제기되는 등 금융 안정 측면과 통화정책 여력 고갈에 대한 부담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저물가와 저성장으로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한은이 전격적으로 이번 결정을 내린 데는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하며 그 충격이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인식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5일(현지시간) 정례회의를 앞두고 두 차례나 빅컷을 단행한 데서도 드러난다. 한은은 애초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통과를 지켜본 뒤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 연준의 결정이 이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유동성 완화가 강력한 규제를 시행 중인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금융시장을 흔들고, 0%대 금리로 인해 통화정책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통위 내부에서 다수 위원은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금리가 0.75%로 내려오며 통화정책 여력이 소진됐다는 평가와 함께 급격한 자본유출 등 부작용이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금통위는 회의 직후 자료를 통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확대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성장과 물가에 대한 파급영향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앞으로도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하여 거시경제의 하방리스크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충격이 계속되면 긴급 유동성 확대 등 추가적인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크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금리를 내린 것은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0.50%포인트 인하)과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0.75%포인트 인하) 두 차례뿐이다. 한은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금리인하 조치 외에도 채권을 대거 사들이고 대출을 늘려 28조 원에 달하는 돈을 풀었다.

안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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