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menu search

물량 못채우자 냉동업계 덤핑 ‘제살깎기’

무너지는 수산 후방산업
유정환 기자 | 2019.11.17 23:05
- 호시절 땐 한 품목으로 채웠는데
- 소량 다품종 전환해도 창고 비어
- 차장이 하던 영업 부장까지 투입
- 일부 작업자 농작물 수확 눈돌려
- 가공업체도 수익성 악화 발동동

어획량 감소로 부산지역 수산물 후방산업이 붕괴 직전의 위기에 직면했다.
17일 오전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고등어가 위판되고 있다. 평소 물량이 많을 때는 고등어가 위판장을 가득 채웠지만 이날은 물량이 적어 위판장의 절반만 사용됐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17일 냉동창고업체인 A사의 상황은 어획량 감소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 회사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어획량 감소로 단일 물품으로 창고를 채우지 못해 다품종 소량 물품으로 전환했음에도 창고의 60~70%밖에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에 연간 4회전(창고 전체 물량이 4번 들고 남) 하던 보관 물품이 2회전으로 줄었다. 어획이 쏟아지던 시절에는 물량 입고를 거절하는 게 일이었는데 지금은 물량 확보를 위해 차장이 하던 영업을 부장급으로 올릴 정도다. 업체 간 덤핑 경쟁도 치열해졌다.

A사 관계자는 “대형 창고업체가 소형 창고나 매물로 나온 창고를 M&A(인수·합병) 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자금 대출에 나서거나 국내 유통을 스스로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유통·보관되는 물량이 줄어도 창고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인원이 필요해 고정비용 부담이 크다”며 “수산물 소비 감소도 업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항운노조 어류지부도 고등어 선별 작업자를 붙들기에 바쁘다. 현재 정조합원 200명, 비조합원이 2000명가량이 활동하고 있는데 최근 물량이 없어 비조합원 상당수가 감자 양파 감 등 농작물 수확에 나서고 있다. 일당도 농작물 수확 쪽이 많아 정작 성수기에 이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차용창 어류지부장은 “정조합원도 전년 대비 수익이 40% 수준에 그쳐 생계 곤란을 호소하는 일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경매 물량을 소매상에게 연결하는 중도매인들은 위판고가 지난해 3500억 원에서 올해 2000억 원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수수료(3.5~4%)가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협동조합 문수철 이사장은 “아침 경매 2~3시간이면 하루 일이 끝날 정도로 물량이 줄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물(원재료) 부족은 수산물 가공업체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부산 사하구 감천동의 한 수산물 가공업체 대표는 “고등어 명태 등 수산물의 반입량이 30~40% 줄어 2만5000~2만7000원 하던 원재료 가격이 4만4000원으로 70%가량 올랐다”며 “고정비용은 계속 발생하는데 수익성은 악화돼 사람을 줄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유정환 기자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페이스북
관련기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