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조적 불균형은 개선 안 돼”

지난해 4분기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던 가구별 소득 격차가 올해 들어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빈곤층 가구의 소득은 늘지 않고 ‘부자’ 가구의 소득이 4년 만에 감소한 결과여서 소득 불균형 문제가 구조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19년 1분기 가계동향 조사(소득 부문)’ 보고서를 보면 지난 1분기 최하위 계층인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이하 2인 이상)의 월평균 명목 소득은 125만47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5%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1분기(-8.0%)나 4분기(-17.7%)와 비교하면 감소세가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소득 증가는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특히 이들 가구의 근로 소득은 14.5% 급감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저소득층의 소득 급락세가 진정되기는 했으나 소득 창출력이 회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최상위 계층인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명목 소득은 992만5000원으로 이 역시 1년 전과 비교해 2.2% 줄었다. 1분기 기준으로 5분위 가구의 명목 소득이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모든 분기 기준으로도 2015년 4분기(-1.1%) 이후 약 4년 만에 감소세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5분위 가구의 명목 소득 감소 역시 근로 소득 감소(-3.1%)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반면 2분위(소득 하위 20~40%) 가구와 중간 계층인 3분위(소득 상위 40~60%) 가구, 4분위(소득 상위 20~40%) 가구의 명목 소득은 각각 4.4%와 5.0%, 4.4% 증가했다.

상위 20% 가구의 소득이 줄어든 영향으로 소득 불균형 현상은 1년 전보다 개선됐다. 상·하위 가구의 소득 격차를 의미하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올해 1분기 5.8배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에는 5.95배였다. 이 배율은 수치가 클수록 계층 간 소득 분배가 불균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분배 지표가 개선됐어도 전체 시장의 소득 상황이 좋아진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진단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