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 호남권과 지사 통폐합

- 삼성물산·포스코는 지사 없어

- 지역 건설경기 장기불황 반영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들어 잇따라 ‘부산지사’ 규모를 축소하거나 기능을 최소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산의 대규모 개발 사업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주택경기마저 활력을 잃고 있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롯데건설은 지난 1월 전임 영남지사장(상무)이 자리를 옮긴 이후 두 달이 지난 21일까지 후임자를 선임하지 않고 있다. 롯데건설은 다른 경쟁 건설사에 비해 부산지역에 사업 현장이 많아, 그동안 영남지사를 적극적으로 운영해온 데 비춰볼 때 이례적이다. 롯데건설 측은 인사가 연기된 데 대해 통상 한두 달 간격을 두고 자리를 배치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권역 사업 수주가 부진한 상황을 타개할 만한 인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영남지사의 명칭을 남부지사로 변경하고 사업 영역을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 경북과 호남권까지 확대했다. 인력 규모는 그대로여서 사실상 축소된 것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전체적인 일감이 줄면서 주택사업은 오히려 수주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은 한때 영남지사를 운영했다가 이미 수년 전 폐지했다. 포스코건설은 현재 부산사무소 형태로 최소한의 조직만 운영하고 있다. 동래구와 연제구 등에 대규모 재건축 사업을 앞두고 있는 삼성물산은 최근 영남지사(토목사업) 재개설을 적극 검토했으나 결국 없던 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인 건설 경기 침체를 감안한 것이다.

주요 건설사들이 부산(혹은 영남) 지사의 규모를 줄이는 것은 일차적으로 시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가 줄어들고, 게다가 주택경기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또 건설사들이 비용 절감을 통한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는 것도 원인이다. 현안이 발생하면 본사 직원이 현지로 출장와서 업무를 보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지역의 지사는 현지 공공기관의 공사 발주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주요 역할인데, 김영란법 이후 공무원들과의 접촉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것도 지사 축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