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려고 약정할인율을 인상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100만 원을 훌쩍 넘는 고가 스마트폰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가 단말기 등장은 가계 통신비 증가로 이어지지만, 스마트폰이 하나의 과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어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의 가격 상승에 따른 통신비 부담이 약정할인율 인상에 따른 요금 할인 혜택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이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출시한 아이폰X 64GB(출고가 136만700원) 모델을 선택하고 통화·데이터가 무제한인 SK텔레콤의 ‘밴드데이터 퍼펙트 요금제(월 6만5890원)’에 2년간 25% 선택약정으로 가입하면 월 10만9550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7 128GB(출고가 99만9000원) 모델을 선택하고 당시 요율인 20% 약정할인으로 가입했을 때 월 9만6864원의 요금과 비교하면 월 1만3000원가량 통신비가 더 나가는 셈이다. 같은 요금제에 가입한 갤럭시노트8 64GB(출고가 109만4500원) 모델 구매자도 통신비를 지난 4월 출시된 갤럭시S8 64GB(93만5000원) 모델 구매자보다 월 4000원가량을 더 내야 한다.

25% 선택약정을 하지 않으면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만, 아이폰X(256GB 출고가 163만 원)의 최대 공시지원금이 12만 원에 그치는 등 신형인 경우 지원금이 10여만 원에 불과하다. 선택약정 할인을 받으면 2년간 20만~30만 원가량을 할인받을 수 있다. 선택약정 할인에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통신비 부담에도 고가폰 수요는 꺾일 줄 모른다. 국내 이통3사가 지난 17일 국내에서 아이폰X 사전예약을 한 결과 SK텔레콤의 경우 1차는 3분 만에, 2차는 1분50초 만에 매진됐다. LG유플러스는 10분 만에 사전예약 수요가 아이폰8보다 2배가량 많았고, KT도 5분 만에 초기 물량 2만 대를 소진했다. 기기가 품귀 현상을 빚자  6만 원대 요금제 아래로는 판매하지 않겠다는 대리점도 나타났다.

 이용자들이 게임과 동영상을 즐기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제조사는 대화면 고기능을 탑재한 100만 원을 훌쩍 넘는 고가품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어 향후 통신비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아이폰X 사전예약에 성공한 대학생 장모(24·부산 해운대구) 씨는 “요즘은 스마트폰이 또래 사이에 과시 수단으로 자리 잡아,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려면 무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