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menu search

클러스터로 수산 파고 넘는다 <4> 스웨덴 말뫼의 혁신 비결

조선 몰락 말뫼, 산·학·관 식품 클러스터로 일어서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 | 2017.10.12 20:10
# 창업보육센터 ‘밍크’

- 2002년 옛 조선소 자리에 건립
- 다양한 네트워크로 창업 지원

# 유럽 최대 과학단지 ‘외레순’

- 말뫼 중심 덴마크 코펜하겐 포괄
- 1000개 기업·12개 대학 등 협업

# 부산의 나아갈 길

- ‘헤드타워’ 네트워크 중심축 돼야
- 생산자·기업·대학 유기적 연계를

한때 유럽의 조선업 중심도시였던 스웨덴 말뫼는 1980년대까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한·중·일 등 아시아 신흥국과의 경쟁에 밀려 당시 세계 최대 규모(높이 128m 무게 7560t)인 ‘코쿰스’사의 크레인이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매각할 때 현지언론은 이를 두고 ‘말뫼가 울었다’고 표현했다. 도시 기반산업이 무너진 후 실업률이 20% 가까이 치솟자 산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후 과학기술·식품·바이오 등의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개혁한 끝에 말뫼는 현재 전 세계에서 도시개혁의 대표적인 우수사례로 꼽히고 있다.
세계해사대학(WMU)과 불과 500m 떨어진 스웨덴 말뫼의 옛 조선소 부지에 지난 2002년 설립된 창업보육센터 ‘밍크’의 외관. 이곳에는 현재 74개의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들이 입주해 시설물과 아이디어 등을 공유하며 협업하고 있다.
■비결은 산·학·관 협력의 클러스터

인구 30만 명의 소도시 말뫼는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꼽은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도시 4위로 꼽혔다. 스웨덴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2016 유럽 혁신스코어보드’에서도 28개 회원국 중 ‘혁신리더’ 1위로 선정됐다.

‘밍크’의 실내 모습.
계기는 2000년 스웨덴 말뫼와 이웃한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사이의 외레순 해협을 가로지르는 7.8㎞ 길이의 ‘외레순 대교’가 개통되면서부터다. 두 나라 정부는 말뫼를 중심으로 기차로 1시간 이내의 거리가 된 코펜하겐, 스웨덴 룬드 등의 스코네 지방의 인근 도시에 흩어져 있던 기업, 대학, 연구소들을 묶어 네트워크를 구축해 협력을 강화했다. 이게 바로 유럽 최대의 과학단지가 된 ‘외레순 클러스터’다. 코펜하겐 시민들은 집세와 물가가 저렴한 말뫼로 이사를 했고 두 정부는 전 세계의 관련 기업과 연구소 등을 집중 유치했다.

이 클러스터에는 스타트업 기업부터 네슬레 유니레버 칼스버그 등 세계적인 기업까지 식품·제약·생명공학 분야에 특화된 1000여 개의 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과 함께 스웨덴 농업과학대학, 말뫼대학, 룬드대학, 코펜하겐대학 등 12개 대학의 1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크레인 해체·운반 비용 200억 원을 부담할 회사가 없어 무려 20년 가까이 방치하다 한국에 1달러에 매각했던 말뫼는 20년이 채 안 된 사이 상전벽해했다.

■핵심은 네트워크 구축

2002년 말뫼의 옛 조선소 자리에 4층짜리 건물의 스타트업 기업 창업보육센터인 밍크(Minc)가 세워진다. 세계해사대학(WMU)과 불과 500m 떨어진 이곳에는 현재 74개의 스타트업 기업이 입주해 있다. 1인 기업부터 대부분 5명 이하의 소규모이며 월 50만 원 이하의 임대료로 2년 안팎을 지내며 다른 기업들과 시설물, 아이디어 등을 공유한다. 밍크를 운영하는 기관은 ‘스코네 푸드 혁신 네트워크’로, EU 가입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 등 스웨덴 식품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고자 지역의 주요 식품기업들이 구성한 연합체다.

네트워크의 행정 담당 미켈 비스트롬 씨는 “식품업체뿐 아니라 대학 연구소, IT 기업, 소매유통회사, 물류기업, 생산자단체 등과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세계 150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며 “입주는 업종에 제한 없이 아이디어를 제출하면 이를 검토한 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에 재정적 지원보다는 우리 네트워크가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지난 15년간 120여 개의 회사가 창업에 성공해 보육센터를 ‘탈출’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창업보육센터는 외레순 클러스터 지역에 5개나 된다.

투명성과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유리벽으로 공간을 조성한 이데온 사이언스 파크.
말뫼와 기차로 30분 거리의 룬드지역의 룬드대학에는 ‘이데온 사이언스 파크’라는 대규모 과학단지가 조성돼 있다. 12만㎡ 규모에 250여 개의 기업과 3000여 명이 상주하는 이 단지는 대학의 연구성과를 산업화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룬드 지방정부, 기업이 공동 설립했다. 코쿰스사가 망했던 1986년 6개의 기업이 시초였다.

이데온 사이언스 파크의 아이작 에드바드손 코디네이터는 “대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쳐 기업들이 아이디어를 특허출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기업의 사무공간은 유리벽 또는 벽이 없는 열린 공간으로 조성해 협업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수산업 네트워크 구축 숙제

부산시가 문재인 정부의 지역 공약에 맞춰 추진하고 있는 ‘수산식품 클러스터 헤드타워(클러스터 지원센터와 수산식품연구소 설립) 조성’의 핵심 역할은 말뫼가 해온 것처럼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고 네트워크 중심축을 맡는 것이다.

장영수 부경대(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는 “부산에는 생산자, 유통업자, 가공업자, 부경대, 국립수산과학원 등 수산 관련 산학연관이 밀집돼 있지만 고부가가치화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여름 연구 용역을 위해 수산 가공업체들을 조사했을 때도 대다수 업체가 네트워크 활용이 어렵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계적으로 식량 부족과 웰빙 열풍 등으로 수산업은 아직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며 “말뫼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부산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산학연관 모두 힘을 뭉칠 때”라고 강조했다.

스웨덴 말뫼=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페이스북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인 최원준의 부산탐식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