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항 4부두의 대주주였던 현대상선이 지난해 맺은 터미널 운영사 PSA(싱가포르)와의 계약서상 독소 조항 탓에 해마다 150만 개의 컨테이너 물동량(이하 6m짜리 기준)을 처리해도 300억 원대의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현대상선은 부산항 대신 해외 터미널을 이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24일 항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현대상선은 하루빨리 자구안을 마련하라는 정부와 채권단의 압력으로 4부두의 50+1주 중 40+1주를 PSA에 헐값으로 팔았다. 

문제는 계약 이면의 독소 조항이다. 오는 2023년까지 연간 최소 70만 개의 물동량을 보장하고 이를 웃도는 물량도 모두 4부두만 이용하며, 매년 일정 비율씩 하역요율을 올린다는 게 골자다. 

부산신항의 다른 터미널이나 광양항 터미널도 인수하지 못하도록 못 박은 조항도 있다. 현대상선 측은 지난해 자구안 마련이 워낙 다급했던 터라 이런 독소 조항을 알면서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현대상선이 올해 1분기 부산신항 4부두에서 처리한 물량은 38만550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늘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13년(156만8000개) 이후 4년 만에 올해 총 150만 개 이상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총 116만3000개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처리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4부두에 부담하는 높은 하역요율 탓에 아무리 많은 물량을 처리해도 터미널 '좋은 일'만 시키는 구조다. 부산신항의 다른 터미널의 하역요율을 적용하면 연간 150만 개를 처리할 경우 33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과 대만의 주요 항만 환적화물 요율과 비교하면 상하이의 1.8~2.2배, 칭다오보다 3.6배, 닝보의 2.4배, 가오슝의 1.5배 더 하역요율이 비싸다. 

현대상선이 중국 칭다오에서 150만 개를 처리할 경우 연간 550억~600억 원의 절감 효과를 보는 셈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하역료가 물동량 처리비용의 최대 30% 정도를 차지하는 현 상황에서 부산항 처리 물량을 늘리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해외 터미널로 옮길 것인지를 심각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재 부산신항 5개 터미널 중 ㈜한진이 대주주인 3부두를 제외하고 모두 외국(계) 자본의 소유로 돼 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