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여신심사 강화 뒤
- 미국 금리인상 우려까지
- 탄핵정국은 불확실성 키워

- 아직 전매제한 적용 없고
- 입주물량 많아도 소화 가능
- 급락 없을 거라는 게 중론

올해 부산의 부동산시장은 전국 어느 지역보다 뜨거웠다. 전국 아파트 최고 청약경쟁률 10위 안에 부산이 6곳이나 될 정도였다. 분양권 프리미엄이 1억 원을 넘는 단지가 나왔는가 하면 재건축 예정 단지 등 일부 아파트는 올 한 해에만 30% 넘게 올랐다. 그러나 내년은 분위기가 사뭇 다를 것이라는 것이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각종 악재가 쏟아지고 이로 인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전반적으로 횡보 혹은 소폭 하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라면 빨라도 내년 하반기 이후를 노려라고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 금리 인상과 정치적 변수

악재의 시작은 1순위 청약자격을 제한하는 11·3 부동산 대책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부산은 분양권 전매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면서 둔감하던 부산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그 이후 정부가 아파트 잔금 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동의대 강정규(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호황기에 힘입어 가계대출이 엄청나게 늘어났는데 미 금리 인상 전망에 따라 국내에서도 금리 부담감이 커질 것이다. 이제 집을 사려면 꼭 고정금리로 대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주요 마이너스 요인으로 꼽힌다. 정두천 고고넷 대표는 "부동산 시장은 특히 정치적인 이슈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정치적 사안에 따라 수천만 원씩 가격이 떨어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예측 자체가 무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 자체가 주요 변수라는 의미다.

그러나 온도 차이는 있지만 부산의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전매제한 규정이 아직 적용되지 않은 데다 입주 물량이 많은 편이긴 해도 다른 지역보다 시장에서 소화하는 게 아예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횡보 혹은 소폭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영산대 서정렬(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11·3 대책 이후 한 번 당첨되면 재진입하기 어렵게 됐으나 이른바 작전세력은 여전히 상당수 1순위 청약통장을 확보하고 있어 투기적 수요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역에 따라 쏠림현상도 빚어질 것이다. 부산은 상당 기간 횡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집 사려면 내년 하반기 이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수요자가 집을 사려면 빨라도 내년 하반기, 아니면 내후년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분간은 쏟아진 악재가 부산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까닭이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내년 하반기가 되면 정치적인 리스크도 줄어들어 안정기로 접어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수요자는 내후년쯤 집을 사는 게 좋다"며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면 이미 많이 오른 동부산보다는 개발 호재가 많은 서부산 쪽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천 대표도 "아직 부동산 가격이 힘겹게 버텨주고 있으나 경기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므로 하반기로 갈수록 구매자에게는 더 유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정렬 교수는 "다주택자는 빨리 팔아야겠지만, 실수요자는 입주 물량이 쏟아지고 프리미엄도 내려갈 가능성이 큰 내년 상반기 이후까지는 기다려보는 게 낫다"고 전망했다. 강정규 교수는 "가격이 비교적 많이 오르고 인기가 많은 청약조정지역 5개 구의 아파트는 가격이 더는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금리가 비교적 낮은 지금 급매물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솔렉스마케팅 김혜신 부산지사장은 "오래 기다리면 금리가 올라 구매가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으므로 기존 아파트를 사려면 교통·교육 여건이 좋은 곳을 골라 일찍 사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