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닭고기 값은 소비위축으로 하락
- 대체재 돼지고기 계속 상승세

중부지방을 휩쓸고 있는 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부터 그나마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던 경남마저 방어막이 뚫리는 등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계란값이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하순 이후 가금류 살처분이 대규모로 이어지면서 산란계(산란기에 있는 닭) 숫자가 급감해서다.

이와 함께 가금류 섭취에 대한 소비 심리마저 위축되면서 닭고기 유통 가격 역시 하락하고 있는 반면 돼지고기는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8일 이마트를 찾은 김진희(여·42) 씨는 계란 한 판(알찬란·30개)을 집어 들려다 가격표를 보고 고민에 빠졌다. 전날까지만 해도 5980원이던 계란 한 판이 6280원으로 올라서다. 김 씨는 "계란 한 판이 6000원대라니 쉽게 장바구니에 담기 힘들다"며 "조류독감 때문에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다며 두 판씩 사가는 사람들도 있더라"고 말했다.

고병원성 AI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계란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농협하나로마트도 AI 발생 전 4000원 후반대였던 계란값(특란 기준)이 20% 이상 올라 한 판에 6000원대로 인상됐다. 농협부산경남유통 축산 바이어 이상봉 계장은 "일주일에 평균 5%씩 가격이 오르고 있다. AI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라서 당분간 상승세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이번 주 계란값을 5%가량 인상할 예정이다.국내 산란계 숫자는 지난 8, 9월 폭염 여파로 300~400만 마리 감소한 데 이어 11월 하순부터 AI로 400만 마리가 살처분 되면서 현재 전국 6700~6800만 마리로 급감했다. 최근에는 경남 창녕 우포늪에서 죽은 채 발견된 큰고니에서 AI 양성반응이 나와 영남마저 뚫릴 것을 우려해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AI 확산으로 닭고깃값은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전국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육계 생계 시세(운반비 포함·1㎏)는 1390원으로 지난 1일(1890원)보다 500원 하락했다. 반면 닭고기의 대체재로 인식되는 돼지고기 가격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농협하나로마트의 경우 삼겹살(100g) 가격이 AI 발생을 기점으로 1380원에서 1980원으로 크게 올랐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경남권에도 조류독감 비상이 걸리면서 그 영향권인 부산의 장바구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시중의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의 경우 1년간 계약된 고정가로 닭이 공급되기 때문에 AI로 인한 가격 영향은 없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