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 폭락·환율 급등에 긴장감
- 유일호 부총리 "대응체계 가동"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서 한국 금융당국도 숨 가쁜 하루를 보냈다. 금융당국은 애초 잔류 우세를 점치다 24일 오후 들어 선거 결과가 탈퇴 쪽으로 기울자 이날 하루에만 두 차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24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브렉시트 대응 2차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 회의는 이날 오전 8시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애초 오후 3시께 영국의 선거 결과가 발표되면 회의를 열 계획이었지만, 선거구별 개표 결과가 발표되면 국내 증권·외환시장이 곧바로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시간을 당겼다.

최 차관은 이때만 해도 "영국 정부가 투표 결과를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는 경각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겠다"면서도 잔류 쪽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개표의 흐름은 당국의 기대와는 반대로 흘러갔다. 정오가 가까워지며 '탈퇴' 가능성이 커지자 코스피는 장중 1900선이 붕괴되고, 코스닥은 7%나 떨어지는 등 증시가 폭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도 1170원을 돌파하자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관계자들은 오전 회의 장소였던 은행회관에서 두문불출하며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정오를 지나며 브렉시트가 유력해지자 기재부 국제금융정책 라인의 담당 공무원들은 전화통화도 받지 않으며 상황 대응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기재부는 오후 1시11분께 부랴부랴 각 언론사에 공지를 보내 오후 2시께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재차 소집한다고 밝혔다. 한은도 자체적으로 오후 3시에 개최하기로 했던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2시로 급히 앞당겨 브렉시트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최 차관은 "이번 브렉시트 결과가 우리 경제에 일으킬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만큼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포함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베이징에서 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범정부 합동 점검 대응체계를 가동해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파급영향을 최소화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