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매수지수 10주째 하락

- 반면 이달 초 전세지수는 상승

- 부산 매매가 오름세도 둔화

직장인 김모(여·51) 씨는 10년 넘게 살았던 부산 남구의 아파트(전용면적 110㎡)를 지난달 팔고 인근에 전셋집을 구해 이사했다. 집을 판 돈으로 충분히 다른 아파트를 살 수 있었지만 김 씨는 '내 집' 대신 '전세살이'를 택했다.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전망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고점일 때 집을 팔고 전셋집에 살다가 2, 3년 뒤 낮은 가격으로 다시 집을 사려는 것이다.

10일 KB국민은행의 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전국 아파트의 '매수우위지수'는 43.1로 전주 대비 1.5 하락했다. 매수우위지수가 높을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11월 4주차에 60.3이던 매수우위지수는 이후 10주 연속 하락세다. 반면 지난 1일 전국의 '전세수급지수'는 171.8로 전주 대비 1.4 상승했다. 전세수급지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주택 수요자들이 현재의 집값을 고점으로 인식하는 데다 경기 침체로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부동산114가 '2016년 부동산시장 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3.9%가 올해 상반기 부동산 경기가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고,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 응답자는 35.7%에 달했다. 직전 조사(2015년 하반기 전망) 때보다 집값 하락을 예상한 응답이 20.9%포인트 증가했다.

실제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지난달 말 기준 부산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2억4257만 원으로 전월보다 0.06%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연속 전월 대비 0.5% 이상씩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부산진구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매도 물량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없어 매매가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동의대 강정규(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만 놓고 본다면 단기적으로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산 경기 회복 정책을 내놓으면 시장 분위기는 금세 바뀔 것"이라며 "향후 2, 3년간 입주물량 역시 시장에 큰 부담을 주는 수준이 아니어서 지금 집을 파는 것은 모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