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의 후보자 지명부터 한 달간 이어져온 여야의 극한 대치가 9일 임명 강행을 계기로 폭발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법치주의 사망”이라고 격분하면서 조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국정조사, 특별검사(특검) 추진을 예고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야권의 해임건의안 주장에 대해 선을 그으며 검찰 개혁을 역설했다.

한국당은 이번 임명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로서 ‘정권 종말’을 알리는 서곡이 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 장관의 임명 소식이 알려진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어이 민심을 거스르는 결정을 했다”며 “대한민국 헌정사상 가장 불행한 사태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만나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무소속 등과 함께 조국 장관 해임건의안과 특검 등에 대한 범야권 공동 전선을 구축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며 대응했다. 세 시간가량 진행된 긴급 의총에서는 의원직 총사퇴까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대표는 의총 직후 “문재인 정권이 조국 장관을 임명한 폭거에 우리가 모든 힘을 다해서 총력 투쟁해나가겠다”며 “전국적으로 정부의 폭거를 알리는 출퇴근 시위를 하겠다”며 게릴라 집회를 예고했다. 한국당은 조 장관의 임명을 ‘폭거’로 규정하고 의총 이후 현충원에서 참배한 뒤 광화문 피켓 시위를 이어갔다.바른미래당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조 장관 해임건의안과 국정조사를 비롯한 ‘조국 퇴진 행동’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채택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은 국민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범죄 피의자를 장관에 앉히지 않으면 검찰 개혁이 되지 않는다는 궤변은 대한민국 사법체계에 대한 모독”이라고 규탄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끝내 국민과 정면 대결을 선택했다”며 “임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정권퇴진 운동으로 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민주당은 야권의 해임건의안 주장에 선을 그으며 역공에 나섰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전략회의에 참석해 “검찰이 누구보다 강력하게 수사하는 상황에서 국회가 국조, 특검을 이야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이제 임명된 장관에 대해 해임건의안을 낸다는 주장도 이치에 닿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야당이 국회를 무한 정쟁과 혼란에 빠뜨려 패스트트랙 수사 등 자신의 불법을 덮고 민생 입법과 예산을 볼모로 정략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