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법원 부장판사 폐지 제안
- “외부영향 없어야 좋은 재판 가능”

김명수 대법원장은 25일 ‘사법행정회의 신설’과 ‘고등부장판사 폐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사법제도 개혁 법안에 대한 논의를 국회에 촉구했다. 이 같은 발언이 국회에서 지지부진하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같은 사법개혁법안에 관한 입법 논의를 촉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최근 공수처 설치에 관한 법률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리기로 합의한 터라 더욱더 그렇다.

25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법의날 기념식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법의 날’ 기념식에서 “국회가 좋은 재판을 할 수 있도록 사법제도 개혁과 관련해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하고, 국민 여러분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외부인사가 포함된 수평적 합의제 의사결정기구인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고 법원행정처를 집행기관인 ‘법원사무처’로 개편하며 법관 관료화의 우려가 있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를 폐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법률개정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장 권한의 상당 부분을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로 넘기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 제출했다.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 등의 문제로 국회 사개특위 논의는 6개월째 별다른 진전이 없다. 김 대법원장은 또 외부 세력의 영향이 없어야 좋은 재판을 할 수 있다며 사법부 독립을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는 어떠한 사회세력이나 집단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헌법의 명령에 따라 오직 법률과 양심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좋은 재판’을 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국가기관의 자의적 권력 행사를 통제하고 국민의 권리구제라는 헌법적 책무에 충실할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때 국민들도 ‘법의 지배’를 신뢰하고 법을 준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정 100주년을 맞아 임시헌장의 근간이 된 ‘주권재민’(主權在民) 정신의 계승도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국민은 ‘법의 지배’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주권자로서 법치주의를 온전히 이뤄낼 주체”라며 “법조인은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해 국민으로부터 일정한 역할들을 위임받았다”고 설명했다. 김해정 기자